비비안 그린 교수가 미국의 한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그리스로마시대부터 근대까지 정신적인 광기가 있는 왕들을 테마로 강의를 하였는데, 이 테마들을 ‘권력과 광기’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물론 광기라는 말은 ‘마음이 산란하여 날뛰는 증세’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국한하기보다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한 우울증 증세까지 포함된 광범위한 의미다. 사실 왕관을 쓰고 나라를 다스린 이들이, 이런 일종의 정신병인 증세가 있다면 나라꼴이 참으로 말이 아닐 것이라는 것은 쉬 짐작할 수 있다. 현대처럼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새 대통령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왕정사회에서는 한번 쓴 왕관은 예외가 없는 한 거의 끝까지 가던 시대였다 보니 모든 면에서 힘이 들었을 거다.

이 책의 다양한 내용들 중에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유명세를 떨친 메디치家 얘기를 들여다 보자. 메디치家는 너무나 잘 알려졌다 보니, 얼마 전 모 방송국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도 이 가문을 다루기도 했다. 이 가문은 15~18세기 유럽 전역에 큰 영향력을 끼친 공화국이었는데,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나서부터다. 이 가문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직물장사로 많은 돈을 벌고 나서는, 후에는 이것을 발판으로 은행 업무를 시작하면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선, 당시 유럽의 경제와 정치를 주름잡고 이태리의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다. 이 집안에서 여러 명의 추기경과 더불어 두 명의 교황인 레오 10세(1475-1521)와 클레멘스 7세(1478~1534)를 배출했다.

당시의 이런 이름난 가문에서는 교황과 추기경 배출을 위해서 모든 권력과 금전을 동원하던 시대였다. 심지어 자기가문 출신의 교황을 뽑기 위해서 돈으로 교황선출권이 있는 추기경들을 매수하기도 했고, 교황권이 약했을 때는 교황선출권이 있는 이 추기경들을 잡인(?) 다루듯이 했다는 기록물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메디치 가문에서 나온 이 교황들은 집안 딸들의 혼사에도 나섰다. 예를 들면 메디치 가문의 딸인 카타리나와 마리아가 당시의 떵떵거리는 프랑스 왕정으로 시집을 갈 때, 이 집안의 교황들이 메디치가의 대표로 나서서 프랑스 궁정에 시집가는 신부가 챙겨야 할 지참금에 대한 흥정(?)도 하였다. 당시는 신부가 시집을 갈 때 반드시 지참금을 지녀야 했는데, 떵떵거리는 집안일수록 이 신부의 지참금 요구가 많았다 보니 여기서 흥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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