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청매실 밭에서

이용우

매실 밭 가지 치는 소년
꽃바람이 콧바람 되던 날
보슬비도 어느새 포근한 봄 마중 채비를 서두른다

드물게 눈에 띄는
도롱뇽의 바쁜 눈꺼풀 사이에도
나른한 봄이 왔나 보다

청매실 밭에 가면
그 어떤 풍경의 모습도 또 다른 선곡의 운율이다

오랜 전생의 들 숲 위로
수도 없이 스쳐 갔을지 모를
나 또한 어떠한 인연으로
청매실 밭에 서 있는 것인지 상념에 젖어본다

부풀은 꽃봉오리
봄바람에 혼절하는 그 여름 소나기에
부풀어 오른 살찐 매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봄날 잘려나간
가지의 아픔이 대수 일세랴
푸른 열매가 되기까지 비워야 했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더 큰 미래를 위해 내려놓을 줄 아는
청 매실 밭 같은 푸른 세상을 꿈꿔 본다

-선진문예 시 부문 당선
-선진문학작가협회 본부장
-이첨·손곡 학술연구사업회 기획부장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