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직원들에게도 나 몰라라
대시민 홍보하며 직원들엔 뒷짐
해당기관 “신경 쓰겠다”

희뿌연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14일 오전 대전시청 인근을 오가는 보행자들의 모습에서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추위가 다소 누그러진 날씨 속 시민들은 다소 가벼워진 옷차림 위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 숨 한 숨 주의를 기울였다.

이날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습격했다. 서해와 근접한 대전·세종·충청권은 더욱 심했다. 대전에선 이날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가 발령됐고 미세먼지 농도도 ‘매우 나쁨’ 수준을 보였다. 또 충남 서부권역(서산·보령·서천·예산·홍성·태안)과 동남부권역(공주·논산·계룡·금산·부여·청양), 세종에선 지난 12일부터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유지된 상태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미세먼지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날 오전부터 공공기관에선 차량 2부제가 운영돼 홀수 차량 운행이 제한됐다. 또 노약자나 어린이, 심혈관질환자의 외출 등을 자제시키는 등 적잖은 미세먼지 대책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지자체와 일부 공공기관에서 바깥 활동을 하는 공무원과 근로자들이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외근을 하는 허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대전시청 주변에서 화단의 꽃을 정리하는 등 바깥 활동을 하던 근로자들은 대부분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 했다.

주차장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던 한 근로자는 “시에서 외근 활동 시 마스크를 쓰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면서도 “(담당부서에)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없어서 못 썼다. 외근 업무를 할 때 마스크가 있으면 좋겠는데 마스크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염려 때문인지 한 직원은 꽃무늬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평소에 마스크를 거의 안 한다”는 해당 직원은 “오늘은 호주머니에 마스크가 있어 착용했다”고 말했다.

야외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도 마스크 없이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대한적십자사세종충남혈액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A 군 등 2명은 이날 야외에서 피켓을 들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A 군은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서 걱정되는 마음이 있다”며 “자원봉사 담당 기관으로부터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혈액원 측은 “마스크를 미처 나눠주지 못했다. 앞으로 신경쓰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대전의 한 백화점 주변에서도 유엔난민기구 캠페인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역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마스크를 지급받았지만 시민들과 대면을 하고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마스크를 착용하긴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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