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규 충남농업기술원 종자관리소 논산분소장

 

최근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78g에 불과해 한 사람이 하루에 밥 두 공기(한 공기는 쌀 100g)도 소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육류와 인스턴트식품 그리고 각종 건강보조식품 섭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와는 반대로 밀가루와 육류를 주식으로 해 왔던 서양인들은 최근 쌀이 비만 예방에 좋은 것이 알려져 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OECD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OECD 평균인 19.0%의 두배에 가까운 35.3%로 미국이 차지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4.7%, 일본은 3.7%로 비만율이 44개 대상 국 중 가장 낮았다.

한국과 일본의 비만율이 훨씬 낮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쌀밥 때문일 것이다. 쌀은 부피 대비 열량이 빵보다 낮아 포만감을 주는 것은 물론 음식물이 장내를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비만을 예방하며, 유해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주는 효과가 있다.

비만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쌀밥이 우리 몸에 좋은 이유는 더 있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의 전분은 뇌가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원인 당을 공급한다. 특히 포도당은 뇌신경 세포의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정신 활동의 필수영양소이다. 밥을 먹으면 혈당량이 높아지면서 식욕중추의 흥분이 가라앉고 생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므로 두뇌를 많이 쓰는 직장인과 공부하는 학생은 아침 식사를 꼭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쌀에는 사람의 성장이나 체내 구성 성분에 필수적인 단백질 성분이 있다. 쌀의 단백질은 밭의 고기라고 불리는 콩의 단백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밀가루나 옥수수의 단백질보다 소화흡수율이 높다. 특히 쌀의 단백질 성분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며, 아미노산이 옥수수나 밀가루 보다 두 배 가량 높다.

이밖에 쌀 속에 있는 무기질과 비타민도 우리에게 중요하다. 풍부한 비타민 B군은 모든 세포의 에너지 대사에 쓰이는 필수 영양소이며, 부족하면 만성피로가 온다. 우리 몸에 탄수화물에너지로 이용하는데 꼭 필요한 비타민 B1과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비타민 B2, 세로토닌 분비를 늘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비타민 B6가 있다. 비타민 E 등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한편 밥은 혼합하는 재료와 밥 짓는 방법에 따라 매우 많은 맛을 낼 수 있다. 콩밥, 오곡밥, 김밥, 유부밥, 초밥, 볶음밥, 비빔밥, 콩나물밥 등 어떠한 곡식이나 채소와도 어울려져서 독특한 맛을 내며 해조류, 채소, 생선, 고기 등 다른 반찬과 어우러져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한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밥심’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도 밥이 대한민국 밥상의 중심, 힘의 원천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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