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만 대상 민간은 자율 맡겨…페널티도 없어

미세먼지로 가득찬 뿌연 하늘이 출근길을 습격하면서 대전시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저감조치 중 하나인 차량 2부제가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3·6면

대전시는 14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따라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지역에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발령 기준은 당일(0시~16시) 평균 51㎍/㎥이상 및 익일 일평균 51㎍/㎥이상 예보에 따른 것이다. 시는 발령과 함께 차량2부제 실시, 호흡기 취약계층의 실외활동 자제 권고, 교육기관 야외수업 금지, 대중교통 이용, 미세먼지 배출 업소에 대한 조업시간 단축 권고 등의 조치사항을 당부했다.

시는 내부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미세먼지 중 86%가 수송 분야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량 2부제를 적극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실효성에 있다. 2부제를 어기더라도 패널티가 없고 그 마저도 민간에 강제할 수 없어 공공기관에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차량2부제는 소속직원 및 관용차량 끝번호가 홀수일에는 홀수 차량이, 짝수일에는 짝수 차량이 운행할 수 있다. 대전시와 5개 자치구, 사업소 등이 적용대상이며 대전시교육청, 대전지방기상청, 한국수자원공사 등 17개 공공기관도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차량2부제 적용 구분을 짝?홀수로 하기 보다 다른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숫자로 제한을 할 게 아니라 미세먼지를 더 뿜어내는 차량에 대한 좀 더 강력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내달 15일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자동차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운행이 제한되는 게 고작이다.

김수영 을지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차를 놓고 볼 때 휘발유차보다 디젤차가 더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그 중에서도 왠만한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2008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 차량은 미세먼지가 더 배출되는 엔진형식이지만 이후 차량들은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어느 정도 갖추고 출고된다. 2부제를 하더라도 숫자를 따지지말고 여기에 맞춰 나누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차량2부제가 민간부분에는 자율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시민 정 모(37) 씨는 “차량2부제도 잘모르겠지만 미세먼지가 심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은 대중교통보다 차를 많이 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차를 운행할 때 보다 외부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미세먼지에 더 노출된다는 점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 이날 시청 주차장에는 홀수 번호 민간인 차량이 평상시와 같이 드나들었다.

차량2부제 민간 적용은 실천력이 관건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뒤덮으면서 서울시가 차량2부제와 함께 대중교통 무료이용 조치를 내놨지만 실제 도로 교통량은 평소에 비해 1.8% 감소하는데 그쳤다. 시민들이 미세먼지는 탓하면서 보행자 입장이 아닌 운전자 입장에만 선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시 관계자는 “내달 15일 시행되는 미세먼지 특별법에 환경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담긴다”며 “민간부분도 차량2부제에 포함되지만 지금처럼 자율적인 판단에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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