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근로자 미세먼지에 속수무책
업무 지장 등 이유로 착용 안 해
장시간 노출, 건강 해치는 경우도

“목도 아프고 눈이랑 코도 많이 따끔해요. 그렇지만 밀린 작업이 많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15일 대전 도심도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뿌옇게 보였다. 대다수 시민들은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서둘러 직장과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생업을 위해 미세먼지와 정면으로 맞서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10시 경 대전 중구 한 공사현장에는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땅에 쌓인 모래를 퍼 올렸다. 그 사이로 건설 노동자 10여 명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일부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어도 쓰지 않았다.

건설노동자 최 모(51) 씨는 “몸 쓰는 직업인데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이 차 답답하고 땀이 흘러 불편해 착용을 하지 않고 있다”며 “당장 일이 급한데 일처리가 늦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옆에서 철근자재를 옮기는 손 모(66) 씨 역시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었다. 손 씨는 “마스크를 쓰면 땀과 숨으로 안경에 뿌옇게 김이 서리는데 어떻게 쓰겠나”라며 “마스크를 쓰면 숨쉬는데 답답하고 번거로워 그냥 벗어버렸다. 어차피 공사 모래먼지나 그게 그거 아닌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인근 고물상에서 일하는 이 모(63) 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일하고 있었다. 김 씨는 손수레와 트럭에 담겨오는 각종 파지와 고물 등을 하나하나 분류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 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줄 몰랐다. 바빠서 정신없이 일에 집중하다보니 신경 쓰지 못했다”며 “왠지 목이랑 눈이 따가웠다. 얼른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도 문제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근로자들은 자동차 매연도 고통이다. 대전 방죽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전화통화를 하던 황 모(25) 씨는 배달대행업체기사다. 황 씨는 “매일 오토바이를 타다보니 매연이 심해 고통스럽다”며 “여기에 미세먼지까지 심하니 몇 시간 일하고 코를 풀면 시커먼 먼지가 묻어난다. 배달업무를 계속해야하나 회의감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에 대비해 채비를 갖춘 근무자도 있었다. 대전시청역 앞에서 만난 야쿠르트 판매원 김 모(48·여) 씨는 미세먼지로 몸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야외를 계속 돌아다녀야 미세먼지를 피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써도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온다. 겨울이라 춥기도 한데 미세먼지까지 심해 애로사항이 많다”며 “얼마 전 목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가보니 기도 쪽에 염증이 있다고 했다. 직업이니 어쩔 수 없이 하고는 있지만 건강이 더 나빠지면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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