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친일논란 갑자기 왜 불거졌나?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논란이 갑자기 불거져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 애국가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노래인데 그 작곡자가 친일정신에 물든 인물이라면 국민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안익태의 친일행적에 대한 고발은 10여년 전부터 속속 터져나왔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안익태 케이스 - 국가 상징에 대한 한 연구(삼인출판사)'에서 안익태에 대한 친일 논란을 집대성했다.

  책에 따르면 애국가를 작곡할 당시부터 안익태가 친일파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35년께 미국에서 '애국가'가 포함된 '코리아 판타지'를 초연할 때만해도 "우리 민족운동과 애국정신을 돕는 데 대단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랬던 안익태가 본격적으로 친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였다. 
  그는 일제가 유럽지역 자국민 소개령을 내리자 이뤄놓은 모든 걸 포기하고 귀국해야 할 상황에 처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측 첩보원 에하라 고이치에게 접촉, 1941년부터 2년 반 동안 그의 자택에 머문다. 그 기간 안익태는 '만주국 환상곡'을 작곡하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일본 축전곡'을 연주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 친나치 행각을 벌인다.

  이 교수는 "안익태는 2차 대전이 발발한 이후엔 약한 민족주의 성향마저 탈색되면서 적극적인 친일로 전향했는데, 본래부터 음악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출세욕이 강한 인물이었던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근 그의 친일행각이 불거진 것은 이 교수의 책뿐만 아니라 군가의 친일 논란 영향도 크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3일 단독보도를 통해 '육군가'를 비롯해 현재 군에서 부르고 있는 군가 35곡이 친일파의 작품이라고 밝히면서 군가 친일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 불씨가 "애국가조차 친일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논쟁으로 번지면서 안익태 친일 논란이 다시 활활 타오른 것이다.

  이번 논란은 '국가 다시 만들기' 움직임으로 이어질 듯하다. 나라꽃 무궁화와 마찬가지로 현재 법적으로 지정된 대한민국 공식 국가는 없는 상태다. 관행적으로 안익태의 애국가가 국가 대접을 받았지만 공식적인 지위는 인정되지 않는 셈이다. 이 참에 '국가 제정 위원회'를 꾸려 새로운 곡조의 국가를 탄생시키는 것이 시대의 요구일 수 있다. 

  이 교수는 "국가는 가장 중요한 나라의 상징체계 가운데 하나로,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핵심적인 제의적 절차다. 그런데 비애국적인 국가를 부르고 있다는 이런 문제를 과연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모른 척할 수 있을까"라며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올해가 잘못된 국가를 바로잡을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제 시대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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