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온공주와 아들, 손녀 등이 작성한 한글 자료 68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德溫公主)의 친필 한글 자료가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을 비롯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윤씨 집안으로 하가(下嫁·공주가 시집을 감)한 조선 23대 임금 순조의 셋째 딸인 덕온공주(1822-1844)와 아들 윤용구(1853-1939), 손녀 윤백영(1888-1986) 등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한글 책과 편지, 서예작품 등 총 68점으로 이뤄져있다.

조선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 자료들 중 덕온공주가 아름다운 한글 궁체로 손수 쓴 자경전기와 규훈이 특히 주목을 끈다. ‘자경전기’는 1777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1735~1815)를 위해 창경궁 양화당 옆 작은 언덕에 지은 자경전의 유래 등을 밝힌 글이다. 이것은 순조가 어머니 효의왕후(1753~1821)의 명을 받들어 1808년(순조 8년) 한문으로 지었다. 이 글을 순조의 비(부인)인 순원왕후(1789~1857)가 딸인 덕온공주에게 명해 한문 원문에 토를 달아 한글로 쓴 뒤 이어서 우리말 번역문을 적게 했다.

이와 함께 왕실에서 작성한 한글 편지와 왕실 여성들을 위한 한글 역사서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글 편지들은 덕온공주의 어머니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1823~1887)에게 딸의 근황을 묻는 편지를 비롯해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필해서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것들이다. 이 중에는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알려진 궁중여성 서기 이씨(書記 李氏)가 대필한 편지도 있어 사료적 중요성이 크다.

한글 역사서로는 ‘정사기람(正史紀覽)’과 ‘여사초략(女史抄略)’ 등이 있다. 정사기람은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가 고종의 명을 받아 왕실 여성들을 위해 쓴 역사책이며 여사초략은 윤용구가 당시 12살이던 딸 윤백영을 위해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발췌해서 작성한 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한글 자료는 조선 왕실 여성들의 생활 속에서 한글이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만 아니라 왕실에서 사용했던 아름다운 한글 궁체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다”며 “국립한글박물관에 이관해 더욱 전문적으로 연구,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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