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여성친화도시 내세우지만
기존 공중화장실 설치 적용 안 돼
자치구 “아직 별도 설치 계획 없다”

윤 모(35) 씨는 최근 아기 기저귀를 교체하러 지하철역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지만 기저귀 교환대를 찾지 못해 불편함을 느꼈다. 윤 씨는 “도서관을 가도 기저귀 교환대는 여자화장실에만 있다. 지자체에서 여성친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 남성들이 기저귀를 갈아입힐 수 있도록 남자화장실에서도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는 등 성 역활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각 지자체들이 ‘여성친화도시’를 내건 가운데 공중화장실 내 기저귀 교환대 설치에는 무관심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중구가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합류하면서 모든 자치구가 여성친화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대전 5개 자치구는 지난 2013년 최초로 서구가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마쳤으며 2015년 동구·대덕구, 2016년 유성구 순으로 각각 여성친화도시 확정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실천은 더디다. 최근 의무 설치 대상이 확대된 기저귀 교환대 추가 설치 계획도 없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전국 문화 및 집회시설과 종합병원, 도서관 등에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특히 성평등 관점의 정책 개선 차원에서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에 각각 1개 이상의 교환대를 두도록 했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교통시설을 제외한 공중화장실에 영아용 기저귀교환대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문제는 시행령이 소급적용 되지 않는 탓에 기존 건물은 적용받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개방 화장실의 경우 공중화장실에 속하지 않아 기저귀 교환대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각 자치구에서는 기저귀 교환대 설치가 의무화된 시설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공장소에 영유아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출 것을 의무화한 시행령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지만 민원이나 요구사항이 없어 정확한 수요조사가 되지 않았다”며 “신축 건물은 건축 허가 협의 때 개정 사항을 반영하고 있지만 기존 건물은 장기적으로 고려할 문제로 기저귀 교환대 추가 설치와 관련해 아직 별도로 세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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