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편식 시장 진출…궁지몰린 자영업자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 등으로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에 맞춰 대기업들도 간편식 시장에 대거 참여하면서 메뉴의 다양화·고급화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외식 시장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간편식 시장으로 인한 지역 외식 시장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대학생들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간편식을 즐겨 사먹잖아요? 이 앞 사거리에 편의점이 들어서고 나서부터 주변 식당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난리예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간편식 시장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정체기에 빠진 유통업계에겐 반길 일이지만 지역 상인들은 나날이 줄어드는 외식 빈도에 한숨만 나온다.

가족 밥상이 바뀌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따끈한 즉석밥, 에어프라이기로 만든 만두튀김, 포장만 뜯으면 먹을 수 있는 갓김치. 모두 가정간편식(HMR)이다. ‘이왕이면 해먹는 게 싸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사먹는 것이 저렴하면서도 맛있다는 게 젊은 주부들에게 인식되면서 간편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1인 가구와 요리를 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부부, 워킹맘 등이 늘면서 반찬을 사먹는 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업계가 주도하던 시장에 백화점이나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간편식 시장은 5년 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MR 시장은 매년 10%가량 성장, 지난해 시장 규모가 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까지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 등 소비자층 변화가 HMR 시장 성장에 더욱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선택에 따라 가정간편식 경쟁력이 높아져가고 있다”며 “앞으로 신선식품, 간편식 등 고객들이 많이 찾는 식품 구색을 크게 확대하는 등 편의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커져가는 간편식 시장에 지역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다중고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 궁동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 모(43) 씨는 “요 근래 사람들이 외식하는 것보다 간단하게 사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찾으면서 매출에 타격이 크다”며 “거기에 최저임금도 2년 새 크게 올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역 상인들도 간편식이 대세인 만큼 성장을 막을 수 없다는 데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등을 통한 제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요식업을 15년 넘게 하고 있는 이 모(55·대전 둔산동) 씨도 “제품이 개발되고 소비자가 제품을 찾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간편식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긴 건 반길 일”이라면서도 “다만 유통 대기업이 외식업까지 삼켜버릴까 두렵다.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지 못하도록 막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한숨 쉬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