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공의 모집 대부분 정원미달 , 지역병원 택한 전공의들, “이점 많다”

 
왼쪽부터 안호찬 인터장, 신종호 교육수련부장, 이다정 전공의협의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을지대병원 제공

최근 2019 전공의 모집 일정이 마무리 된 가운데 올해도 여지없이 지역 병원 대부분은 정원이 미달됐다. 의료 인력 수도권 쏠림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당당히 지역병원을 택한 전공의들이 있다.

그들은 왜 ‘인서울’이 아닌 대전을 택했을까.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신종호 교육수련부장(신장내과 교수), 이다정 전공의협의회장(소아청소년과 3년차), 안호찬 인턴장을 만나 당찬 도전기를 들어봤다. 지역병원 수련을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확실성’ 때문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인턴 후 원하는 진료과에서 수련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다정 협의회장은 “병원 입장에서 전공의 모집률이 낮으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지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선택의 폭이 넓고 내가 원하는 진료과에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지역병원만이 갖는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즉 대입에서 학교 ‘간판’만 보느냐, 취업이 잘되는 학과냐를 선택하듯 수련병원 선택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이 협의회장은 “당장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생활보다는 그 다음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는 사람이 주위에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본가가 서울인 안호찬 인턴장이 수도권 병원을 택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의사의 길을 반백년 이상 걸어야하는데 어떤 진료과 전문의로 살아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지역병원은 타교 출신에게도 문이 열려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을지대병원의 경우 총 28명의 인턴을 선발하는데, 자교 학생들은 평균 15~16명이 지원한다.

신종호 교육수련부장은 “타교 출신 전공의가 대략 절반의 비율로 많은 곳은 아마 본원이 유일할 것”이라며 “타교 출신 전공의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으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본원 수련시스템에 있어 존립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자교가 지방에 있고 자교 출신 학생이 인턴 정원을 모두 채울 수 없다는 단점을, 우수한 타교 출신 학생을 선발하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극복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게 만족스럽진 않다. 어떤 상황에도 장단점이 존재하듯 지역병원 수련도 마찬가지다. 이 협의회장은 “환자는 많지만 서울에 비해 심도 있는 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 인턴장은 어쩔 수 없는 지역적 한계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안 인턴장은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지역으로 내려와 6년 동안 생활했었다면, 열에 여덟아홉은 다시 서울로 가고 싶어 할 것”이라며 “의대생들의 연고지 자체가 거의 수도권인 것도 지역대학이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신 수련부장은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의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며 “전공의특별법 준수, 급여현실화는 물론 인턴 2인당 1실의 무료 기숙사 지원도 좋은 반향을 얻고 있고, 올해부터는 매년 4명의 전공의에게 해외학회 참석에 대한 지원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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