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류 사용 기준 명확하게 규정 , 내달 경찰위원회 상정…논의 예정 , 실질적 체득 과정 전제돼야 효과

“요즘 범죄현장에서 무기류나 테이저건은 거의 쓰기 힘듭니다. 현행범 체포도 신중히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전의 한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의 토로다. 인권이 중시되는 사회분위기 속 피해자는 물론 범죄자의 인권마저 강조되는 풍토로 흐르다보니 정작 급박한 상황에서 총기류나 장구류 사용을 주저하게 된다는 고백이다.

국민여론은 따갑다. 지난 13일 발생한 서울 암사역 흉기난동 사건에서 경찰의 소극적 대처가 비난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원인에 대해 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관한 매뉴얼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범이나 징역 3년 이상의 죄를 지은 범인 체포 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등 애매한 기준이 많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최근 경찰이 범죄현장에서 물리력 사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경찰청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경찰대 출신인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만든 이 매뉴얼은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경찰 물리력에 대해 명확히 규정했다.

경찰과 대치하는 범인 상태에 따라 순응, 단순 불응, 소극적 저항, 위협·폭력 행사,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구분했다. 또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을 명확히 규정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관을 폭행할 경우 테이저건이나 방패, 가스분사기, 삼단봉을 쓸 수 있게 규정했다. 총기나 흉기에 의해 경찰관이나 시민이 치명적인 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마지막 수단으로 권총이나 테이저건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 할 수 있게 했다.

인권도 고려했다. ‘가능하면 각 단계별 최고 수준의 물리력 행사에 앞서 경찰관이 위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급박하지 않을 때는 물리력 사용을 억제하도록 했다. 해당 매뉴얼은 인권영향평가 등을 거쳐 내달 경찰위원회에 상정돼 공식적인 경찰의 물리력사용 매뉴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다만 새 매뉴얼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교관 양성 등 실제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질적 교육과 경찰관의 체득 없이 새 매뉴얼을 도입·사용하는 것은 ‘골키퍼 없이 페널티킥 연습만 한 뒤 실전경기를 뛰는 것’처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교육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매뉴얼을 사용하기 위해선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며 “평가제도가 확립돼야 하며 전문교관요원 양성을 해야 한다. 특히 교육은 현장 경찰에게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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