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지는 간편식 시장
지역 외식업 폐업 늘어
정부·지자체 대책마련 필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안 그래도 줄어든 외식 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압박도 심한데 가뜩이나 위축된 외식업이 간편식에 잠식당할까 한숨뿐이다.

HMR 시장은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패턴 변화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직장인들이 집에서 간단하게 즐기던 ‘혼밥·혼술’ 문화가 간편식 시장의 시작을 알렸다면 이제는 대기업과 유통업계의 연구로 다인 가구로까지 확장됐다. 현재 HMR 시장은 약 4조 원 규모로 여전히 성장 초입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간편식은 젊은 층 뿐 아니라 50~60대인 고령층의 구매도 늘고 있다. 마트에서 김치를 자주 사먹는다는 주부 황 모(58·대전 서구) 씨는 “예전엔 김장을 직접 하곤 했는데 몸도 너무 힘들고 해서 이젠 사먹고 있다”며 “맛도 괜찮고 가격도 담가먹는 것이나 사먹는 것이나 비슷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곰탕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간편식으로 사먹는 집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와 연결해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20~69세 성인 3014명을 대상으로 외식 소비 행태(음료 포함)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외식빈도는 20.8회, 외식 평균비용은 29만 2689원이었다. 지난 2017년 21.8회, 30만 3854원에 비하면 각각 1회, 1만 원 정도 줄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외식 자영업자들은 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바라보며 걱정뿐이다. 대전 도마동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한 모(39) 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에 있던 직원 한 명만 남겨둔 채 모든 일을 직접하고 있다. 주방에 꼭 필요한 직원을 제외하면 인건비 감축을 위한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한 씨는 “전에는 사먹는 반찬이 만들어 먹는 반찬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대기업들이 포장반찬을 내놓으면서 생각들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 외식을 안 하는 것인지 사먹는 반찬이 잘 나와서 그런지 손님이 통 보이질 않는다. 지난해도 정말 근근이 버텨왔는데 올해도 그러면 문 닫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이르지 않도록 정부나 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광역시지회 한 관계자는 “외식 자영업자분들이 각종 요인으로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제매입세액공제 같은 경우 농수산물에 대한 세액 공제를 받고 있는데 공제에 한도를 정해져있다. 공제한도 폐지 등의 외식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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