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임대료 줄여보자”…궁여지책 업종 선회
배달앱 수수료·대행비 “남는 것 없다” 부작용 우려

경영악화에 최저임금·임대료·재료비 원가 상승까지 대전지역 외식업업체가 ‘악화일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줄폐업을 잇고 있다. 이에 인건비, 임대료라도 줄일 심산으로 일반 홀 매장을 배달전문점으로 변경하려는 업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폐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인 것이다. ▶관련기사 3면

17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대전 시내 일반음식점 수는 1만 9224개로 2016년 2만 488개에 비해 무려 1264개 줄었다. 하루에 2개 폐업한 꼴인데 이 수치는 신규 개업과 폐업 수를 합친 것이어서 실제로 문을 닫은 식당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역 외식업체 폐업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먼저 올해 최저임금이 10.9% 오른 8350원이 되자 후폭풍이 거세다. 이미 지난해 풀타임근로자를 줄이고 파트타임 근로자를 늘리는 방편 등으로 인건비 부담을 겨우 잠재웠는데 해가 바뀌며 또다시 두 자리수 인상이 단행되자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다는 반응이 다수다. 연일 도시를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도 골칫거리다. 안 그래도 힘든 여건인데 미세먼지로 바깥출입을 꺼리는 이들이 늘면서 텅빈 가게를 지키는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음식점 매출이 급감하고 결국 폐업으로까지 이어지자 홀만 두고 장사하던 업주들이 배달을 병행하거나 아예 배달전문점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들이 빈번하다.

대전 유성에서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38) 씨가 그들 중 하나다. 김 씨는 “임금 부담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계를 보였다.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가게 사정은 이루 다 말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배달전문점은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부담이 덜 하니까 경영부담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하고 판로 변경을 고민 중이다”고 하소연했다.

도시락 배달업체로 업종변경을 고민하는 백 모(38)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백 씨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커지면서 전망이 아주 어둡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달 외식업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들이 점차 늘자 최근엔 ‘공유주방’이 주목을 받기도 한다. 차량, 오피스 공유를 넘어 주방까지 공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유경제 원리에 바탕을 두는 공유주방은 주방시설이 구비된 공간을 여럿이 함께 사용함으로써 비용은 낮추고 효율성은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계획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식업 지평을 넓힌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 과당경쟁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단 우려에서다. 대전 서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문 모(38) 씨는 되레 배달전문점을 접고 홀 장사를 계획하고 있다. 문 씨는 “배달전문점이 좀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인건비, 임대료 부담이 줄진 모르지만 배달대행비,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와 검색 상단을 선점하기 위한 광고비를 빼고나면 얼마남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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