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 ‘중앙로’를 ‘신채호路’로 바꾸자는 제안이 대전시의회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채계순 의원(비례)이 17일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정식으로 시에 제안한 것이다. 우선 채 의원의 제안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아이디어로 평가하며 대전시가 적극 받아들여 추진해줄 것을 촉구한다.

채 의원은 이날 ‘3·1운동 100주년, 일제 잔재 청산으로 민족정기를 세우는 대전을 위한 제언’이란 제목의 발언을 통해 “서대전네거리와 옛 충남도청사, 대전역 등을 관통하는 현 ‘중앙로’의 명칭을 ‘신채호로’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중구 어남동에 위치한 단재 신채호 선생 생가 주변 도로가 ‘단재로’로 이름 지어진 것으로 보고 참으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한발 더 나아가 중앙로를 신채호로로 변경해 시민의 역사의식을 북돋우자”고 말했다.

채 의원의 이런 제안은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대전의 역사를 바로세우는 중요한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채 의원의 설명대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명 중에 ‘중앙’과 ‘제일’ 등이 있는데 누구를 기준으로 한 중앙이고 제일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아마도 대전의 중앙로는 일제강점기에 충남도청사가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겨오면서 이를 중심으로 중앙로라는 지명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일제 잔재의 명칭을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쓰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를 ‘신채호로’로 바꾸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이다. 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면서 민족 자존감 고취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신채호 선생은 대전 중구 어남동 도리미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일곱 살에 부친이 별세한 뒤 여덟 살에 할아버지가 충북 청원군 고두미 마을로 이사하면서 거기서 성장했다. 선생이 태어난 곳임에도 대전은 생가만 보전돼 있을 뿐 그의 얼을 살리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충북에서 단재를 기리는 각종 사업을 활발하게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대전시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단재 선생을 기리는 사업을 펼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시가 추진하는 것 중 선생의 동상을 시내에 건립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중앙로를 신채호로로 바꾸고 그 중심에 세우면 안성맞춤일 것이다. 중앙로를 신채호로로 지명을 변경하자는 제안에 대한 대전시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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