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균
세무회계 이정 대표세무사

사업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제일 피하고 싶은 몇 가지 상황을 꼽으라면 과연 어떤 것들이 얘기될까? 부도, 사업 부진, 자금경색, 파업, 단골 거래처의 거래 중단 등 뭐 그런 것들이 아닐까? 그러나 그런 것들 못잖게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가급적 피하고 싶은 상황으로 세무조사를 포함시키리라 생각된다. 조사받는 사업자들을 만나보면 거의 모두 그 어떤 상황보다 곤혹스러워 하고, 어서 빨리 조사가 끝났으면 좋겠다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꼭 집어 얘기하지 않더라도 세무조사야말로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상황임을 느끼게 된다.

세무조사, 국세청 업무 중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폐지할 수 없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업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사업을 접지 않는 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데 현실적으론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니 어찌 하던 간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골치 아픈 업무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피하고 싶어도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세무조사를 수월하게 잘 받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없지 않을 것이다. 세무회계·관리를 오로지 법대로, 원칙대로만 한다면 구태여 세무조사를 꺼려하거나 부담스러워할 이유가 없을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무관리를 법대로, 원칙대로만 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촘촘한 그물망처럼 얽어져 있는 세법상 각종 규정을 적용하다 보면 실제 현실에서 부딪히게 되는 갖가지 회계상 문제들을 유연하게 처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비근한 예로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경비나 비용들이 세법상으론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누구나 억울한 기분이 들어 어떻게든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런 저런 궁리를 하게 마련이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신규 거래처 확보, 매출 증대 등 오로지 사업상 필요에 의해 비용을 지출했을 뿐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이 전혀 아님에도 이를 비용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하니 참으로 억울할 수밖에. 억울함에 간혹 편법을 찾아내 비용으로 처리를 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용케도 이런 것들이 밝혀져 세금을 추징당하게 되니 피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피하고 싶은 것이 세무조사가 아니겠는가.

얘기가 좀 빗나가는 느낌이지만 군 생활 시작 즈음 밤낮으로 선임자들에게 쥐어박히고, 기합받고, 부대끼며 생활하던 고달팠던 시절 겪은 일이 생각난다. 어느 날인가 하루 일과를 힘들게 마치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는데 같은 중대 고향 선배 한 분이 슬며시 잠을 깨워 밖으로 불러내더니 “생활하기 힘들지? 어떠냐”하고 묻는 것이었다. 순간 온갖 설움이 한꺼번에 울컥 솟아 울먹이며 “차라리 탈영이라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선배는 “그러잖아도 네 기색이 이상해 불러냈다”며 “군대생활 편하게 하고 싶냐”고 물었다. 때가 때인지라 잔뜩 기대를 하며 귀를 쫑긋 세워 들으니 생뚱맞게도 “군 생활을 편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원칙대로 생활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실망스런 기색이 완연한 나를 보고 선배가 웃으며 하는 말이 “꾀부려 편한 방도를 찾아 지내는 거나 원칙대로, 규정대로 지내는 거나 힘든 것을 따지면 사실 오십 보, 백 보 차이인데 꾀부리느라 신경 쓰고, 잘못될까 걱정하고, 발각되면 기합받느라 힘든 걸 생각하면 가장 편히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칙대로 생활하는 것”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이후 가급적 원칙대로, 규정을 지키며 지내니 과연 선배 말씀이 틀림없는 얘기임을 실감하게 됐다.

세무조사를 피하거나 수월하게 받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이상스럽게도 언제나 이 일이 떠오른다. 결국 기상천외의 특별한 방법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가급적 법대로, 규정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업주가 평소 세무관리에 관심을 갖고 늘 챙겨 보며, 기본적인 세법과 관련 규정을 어느 정도 숙지한 상태에서 사업을 운영해 나간다면 설령 세무조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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