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LED 쏘는 방식
특정 유전자 발현 유도
생쥐 탐색능력 증가 확인

 
광활성 Flp 단백질(PA-Flp 단백질)의 활용. 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살아있는 생쥐의 머리에 빛만 비춰도 생쥐 뇌 유전자 발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매우 약한 빛에도 반응하도록 유전자 재조합 효소를 설계해 원하는 위치와 타이밍에 효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많은 시간과 재원이 소요되는 유전자 변형 실험 모델을 만들지 않아도 특정 유전자 발현을 유도할 수 있어 활용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허원도 교수 연구팀(KAIST 생명과학과)이 개발한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활성화된다. 수술이 아닌 LED 빛을 쏘는 비침습성 방식만으로도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할 수 있어 물리적·화학적 손상에 의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8일 자로 게재됐다.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는 말 그대로 유전자를 자르고 재조합하는 기능을 지녀 유전자 형질 전환 실험모델을 만드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돼 왔다. 광유전학 기술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빛 없이도 스스로 조립돼버려 제어가 어려웠다. 뇌 속으로 빛을 직접 전달하려면 광섬유를 집어넣는 수술 과정도 필요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광활성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PA-Flp 단백질)는 비활성화 상태에서도 빛을 받으면 결합되면서 활성화된다. 연구진은 단백질 공학을 통해 기존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Flp 재조합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위치를 찾는 힌트를 얻어 PA-Flp 단백질을 설계했다. PA-Flp 단백질의 발현정도는 적색 형광단백질을 붙여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PA-Flp 단백질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반응하는 민감도를 지녔다. 연구진은 기억을 관장하는 쥐의 뇌 해마 부위에 PA-Flp 단백질을 넣은 뒤 약 30초 동안 LED를 머리 부분에 비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쥐 뇌의 깊은 조직 영역에 도달하는 매우 적은 양의 빛으로도 PA-Flp 단백질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생쥐에게 쏜 빛은 ㎟당 1~2㎽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의 손전등 혹은 발표 시 이용하는 레이저 포인터 정도의 세기다. 연구진은 물리적 손상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비침습성 방식으로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또 연구진은 신희섭 단장이 이끄는 사회성 뇌과학 그룹과 공동 연구를 통해 행동을 재현하고 검증하는 실험에 나섰다. 해마보다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측 중격엔 칼슘 채널이 존재하는데 이 칼슘 채널의 발현이 억제되면 물체를 탐색하는 능력이 증가한다는 기존의 연구에 착안해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진은 내측 중격에 PA-Flp 단백질을 도입하고 LED 빛을 쏘자 칼슘 채널의 발현이 억제됨을 확인했다. 실제 PA-Flp 단백질이 활성화된 실험군은 물체를 탐색하는 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훨씬 커져 물체 주변으로 더 많은 움직임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는 빛으로 원하는 타이밍에 유전자를 자르고 재조합하는 효소를 개발해 향후 광유전학에 응용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유전자가 변형된 실험모델을 제작하는데 오랜 시일과 연구비가 투입되는데 반해 이 기술을 활용하면 빛만 쏘는 방식으로도 원하는 유전자를 쉽고 빠르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광섬유를 심는 별도의 수술 없이도 연구자가 사용하기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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