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驛)서 쓰러진 뒤 이송, 끝내 숨져
쪽방·노숙인, 열악한 환경 신음
자신 질환,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 쪽방 주민이 숨을 거뒀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전역 대합실 한 곳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숨진 50대 남성은 쪽방에 홀로 거주하며 소일거리 삼아 대전역을 자주 찾았던 사람으로 파악되는데 한 생명의 죽음 앞에서 ‘열악한 환경’에 신음하는 쪽방·노숙인 등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지난 3일 오후 대전역에서 50대 남성 A 씨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 남성을 발견한 행인은 곧바로 신고했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A 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A 씨는 신체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송 중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대전시쪽방상담소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호흡기 관련 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확한 사인과 사건 경위에 대해 관계기관이 조사 중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쪽방 거주인이 노상에서 쓰러져 생을 마감한 일에 대해 비탄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쪽방촌 주민·노숙인들은 혼자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질환자를 관리하기 쉽지 않고 이로 인해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한 구조가 실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구호단체를 중심으로 쪽방·노숙인 등에 대한 방문 상담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혼자 생활하는 이가 대부분인 쪽방 거주자·노숙인의 특성과 이를 관리하는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시의성(時宜性)’ 있는 대응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현장의 토로다. 대전시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 거주자로 등록된 650여 명 중 200명 정도가 지병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소는 지병이 있는 이들에 관해 혹한기에 전화·방문상담을 실시하고 있지만 뒤늦게 사망소식을 전해듣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관 관계자도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아웃리치(봉사활동) 등을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관계자들은 쪽방거주자·노숙인들이 자신의 질환이나 병증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을 당부한다. 다만 병원치료나 상담을 거부하는 일부 사람들과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 기관 관계자는 “(노숙인들의) 병원 치료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에 관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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