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기습, 카드 일상화에 매출 뚝
길거리 음식 기피···편의점 겨울 간식 선호

 
19일 대전역 인근에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매년 겨울 추위를 달콤하게 녹여주던 길거리 음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일상화돼버린 카드 사용에 더해 미세먼지라는 극강의 변수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길거리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점상들의 올 겨울나기는 유독 더 고달파졌다. 대전 동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김 모(61·여) 씨는 “붕어빵 3개를 팔아야 1000원을 겨우 벌 수 있는데 반죽, 앙금 등 재료값까지 쓰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이전보다 더 살기 팍팍해졌다. 미세먼지까지 더해 마스크를 써도 목이 아프다. 조금이라도 오래 장사를 해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번화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옷깃을 파고드는 매서운 한파가 잠잠해지기 무섭게 답답한 미세먼지로 뒤덮여 길거리 음식을 찾는 손님이 예년보다 줄어들면서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27년째 군밤 장사를 하고 있는 안 모(69) 씨는 올해 유독 장사가 안 된다고 씁쓸해했다. 안 씨는 “날이 추울 때는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됐는데 이제는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니 길거리에 사람이 있어도 실제로 사먹는 이는 적다”며 “옛날과는 다르다. 카드 사용까지 보편화되면서 장사하기 정말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의 발길은 편의점으로 향한다. 노점상인들의 말마따나 불순한 날씨와 보편화된 카드 사용으로 실내에서 판매하는 간식을 더 선호하는 거다.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이 모(26·여) 씨는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지 않으면 목이 아플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하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길거리 음식을 많이 사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찝찝해서 손이 잘 안 간다. 대신 편의점에서 겨울 간식을 자주 사먹는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찾아간 한 편의점에서는 군고구마, 구운 감자, 호빵 등이 개당 1500~2000원 선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대전 A 편의점 관계자는 “항상 찾는 사람이 많다. 하루 판매할 양을 다 팔아서 못 파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 겨울 유독 노점상들의 근심이 깊어진 이유다. 전국노점상총연합회 관계자는 “사람들이 예전만큼 길거리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미세먼지와 한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속상해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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