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성현이나 경세가들의 화술을 통해 격조 있는 화술의 지혜를 배워보기로 한다.

▲ 말은 뜻을 전달하면 그만이다. (辭達而已矣)

이 말은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께서는 ‘말이란 뜻이 전달되면 그만이다’라 하셨다. 말이나 글은 의사표시 수단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미사여구로 된 화려한 글이나 장광설(長廣說)이라도 본래의 뜻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겉모습에 집착하다 자칫 본 모습을 잃게 되는 것처럼 말이나 글의 화려함에 치중하다보면 정말 중요한 본래의 뜻은 놓치게 된다. 공자께서는 이것을 경계하여 '말은 뜻을 전달하면 그만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대체로 말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은 좀 더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또한 진심을 왜곡하고 속임의 술수를 쓰려하기 때문이고, 자기잘못에 대한 변명을 하려하기 때문이고,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에 말이 어색하고 중언부언 지루하고 힘이 없게 된다. 그렇다. 진실의 마음으로 말을 해야 한다. 자신의 과오나 잘못에 대해서는 솔직해야 한다. 당당함과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말하는 내용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실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면 말도 자연스럽고 간결명료하며 당당하고 힘이 있게 된다.

▲ 항상 갈망하라, 바보처럼 우직하라. (Stay hungry, stay foolish)

이 말은 스티브잡스가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졸업 축하연설의 마지막 말이다. 스티브잡스는 짧지만 강한 이 말 한마디로 자신의 긴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 결정적인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양의 대화법에는 ‘Kiss 화법’이 있다. 'Keep it short & simple' 즉 짧고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라는 뜻이다. Kiss 화법은 한자로 표현한다면 촌철살인(寸鐵殺人)화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짧은 경구(驚句)로 사람의 마음을 찔러 감동시키는 화법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보겠다. 버나드쇼는 그의 묘비명예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Kiss 화법, 촌철살인 화법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공자께서도 Kiss 화법, 촌철살인 화법으로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니라.’(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자신의 잘못을 알았으면 반드시 고치도록 하라는 교훈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연설이나 글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해도 그 내용 중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결정적인 말이나 글 즉 메시지가 없다면 그저 밋밋하여 감동을 주지 못한다. 스티브잡스의 졸업식 축하연설 내용 중에서 ‘항상 갈망하라, 바보처럼 우직하라.’는 메시지가 없었다면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결정적인 말 즉 메시지는 절대 장황해서는 안 된다. Kiss 화법이나 촌철살인 화법처럼 아주 간결명료하고 강력해야 한다. 그렇다. Kiss 화법이나 촌철살인 화법으로서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메시지를 전하려면 옛 성현의 명언, 고전 속의 명문장, 고사성어 등에서 지혜를 빌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한번 내 뱉은 말은 바람에 날려 간 닭털처럼 다시 주워 담지 못합니다.”
어느 성당의 신부님이 젊은 과부 집을 자주 드나드는 것을 본 어떤 신도가 신부님이 젊은 과부와 바람이 났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얼마 후 신부님이 암에 걸린 젊은 과부를 돌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문을 내고 다닌 그 신도는 신부님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 신부님은 그 신도에게 닭털 베개를 주며 속에 닭털을 모두 바람에 날려 버리라고 했다. 닭털을 모두 바람에 날려 버리고 온 신도에게 말했다. "한 번 내 뱉은 말은 바람에 날려 간 닭털처럼 다시 주워 담지 못합니다." 이에 신도는 크게 뉘우쳤다고 한다. 우리가 하는 말은 발도 없는데 천리까지 간다고 하지 않는가, 나쁜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는 법, 그러므로 내가 나쁜 소문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어진 사람은 자기가 직접 본 것을 남에게 말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귀로만 들은 것을 이야기 한다.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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