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눈치 안 봐서 임신부 등 선호
배달음식 가능, 가성비도 매력적

주차장에 스크린을 배치하고 차에 탄 채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동차극장이 임신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화 상영 중 아이가 우는 등 타인에게 눈총을 받아본 ‘육아맘’들이 눈치 안 보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극장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21일 지역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극장은 이색데이트 장소 등 인기를 끌면서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60곳이 넘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문제 등으로 점차 문을 닫으면서 현재 10여 곳밖에 남지 않았다. 대전과 세종엔 각 1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일 밤, 세종시 대평동에 위치한 자동차극장엔 영화 상영을 앞두고 차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2013년 개관해 2개 관을 갖췄고 1개 관당 60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자동차극장은 지역 카페 등을 통해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아이 키우는 가정이 타 시·도보다 많은 세종시에선 임신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 맘카페에 올라오는 자동차극장 후기글엔 ‘모유수유 하면서 최신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임신 6개월 차인데 의자 시트를 편하게 눕혀서 볼 수 있다’는 등 호응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찾은 정 모(34·여) 씨는 “첫 애를 낳고 나서 영화관에 가지를 못 했는데 자동차극장을 알게되면서 꾸준히 영화를 보러 오게 됐다”며 “애기가 울면서 잠에서 깨도 주변 눈치볼 일 없고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 씨처럼 아이 걱정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영화관과는 다른 차별적 요소로 자동차극장이 각광받고 있는 거다. 또 임신부뿐만 아니라 기존 영화관에서 관람이 어려운 특수 계층들도 자동차극장을 애용한다. 폐쇄공포증 환자나 신체조건이 극장좌석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밖에 최근 반려동물 인구 증가로 반려견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자동차극장 업주 장 모 씨는 “더위를 잘 타거나 추위를 유독 크게 느끼시는 분들은 자동차 내 온도조절을 직접할 수 있어 극장보다 이곳(자동차극장)을 선호한다”며 “특히 배달음식을 시켜서 영화를 보시려는 분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가성비도 매력적이다. 사람 수로 영화 티켓 값을 받는 일반 영화관에 비해 자동차극장은 차량 1대당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세종지역 자동차극장의 경우 1대당 1만 8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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