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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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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으로 곱게 물든
팔공 산천의 정기를
작은 가슴으로 쓸어안고
일천 삼백예순다섯 계단 위에
생의 숱한 번뇌와 아집들을
발걸음 아래로 하나씩 펼쳐놓는다

천년세월에 걸쳐진 팔만사천 번뇌를
모두 소멸하고도 남을 침묵의 역사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흩날린다

갓바위 계단 길 걸음마다
깊은 한숨을 뿌리고
평생의 눈물에 실린 죄업을
돌계단 아래로 내려놓고서야
속세로 돌아오는 길에
비로소 삶의 서광이 비쳐오네.

-시사문단 등단
-하운문학상 수상
-손곡이달문학상 수상
-선진문학작가협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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