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내 한정 대책 추진
버스서 식사 해결 속출
교사·학부모 의견 충돌도

정부가 학생들을 미세먼지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한 학교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나선다. 하지만 정책이 교내 미세먼지 대책에만 그칠 뿐, 정작 미세먼지에 특히나 취약한 영유아들은 소풍철인 봄과 가을철마다 미세먼지에 버젓이 노출돼 있다. 영유아 시설 대부분이 미세먼지를 대비할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에너지?환경 통합형 학교 미세먼지 관리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범부처 합동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23년까지 약 300억 원을 투자해 학교 미세먼지 문제해결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신규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기초·원천, 통합시스템 구축, 진단·개선, 법·제도 분야를 종합적으로 개선, 학생들에게 쾌적한 학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처럼 정부가 매년 심해지고 있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영유아 학부모의 시선은 싸늘하다. 실내 영유아 시설은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덜하지만 규모가 큰 야외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외 시설은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연간 120~130만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는 대전 내 대표 교육·전시관광명소인 국립중앙과학관도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대응에 나섰다. 과학관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해 미래기술관을 신축하고 과학기술관 등 실내에서의 식사공간을 늘렸다”며 “내년엔 어린이과학관 신축 예산을 반영해 신축에 들어선다”고 말했다.

소풍철마다 어린이집 교사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대전 한 어린이집 교사인 정 모(27·여) 씨는 “봄철과 가을철엔 날씨가 좋아 대청호숲체험, 오월드, 한밭수목원 등으로 야외활동을 나간다”면서도 “날씨가 좋아 바깥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도 대부분의 시설 실내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어린이집 버스 안에서 해결하거나 식사시간 전에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아이들이 더 많은 경험과 체험을 하지 못한 점이 늘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날로 심해져가는 미세먼지로 인해 정해진 야외활동을 진행해야하는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들이 갈등을 빚어온 지도 이미 오래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학부모(44·여)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경각심을 느껴 아이가 있는 집에선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일 때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어린이집, 유치원에선 미세먼지가 나쁨인 날에도 일정에 따라 산책, 소풍 등의 야외활동을 강행하고 있다. 보육·교육기관에서 미세먼지 기준을 명확히 전달하고 야외활동을 자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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