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균 대전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 단장

최근 중국의 공자 마케팅이 심상치 않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톡톡한 재미를 맛본 이후 상품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상품으로 내세우는 중국이다. 역대 정치가, 서법가는 물론이고 제자백가의 수많은 사상가들이 해당 지역의 문화상품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한동안 봉건사회 억압의 핵심으로 비판 배척의 대상이었던 사상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때로는 과학적 사고에 의해서 거들떠보지도 않던 신화속의 인물까지도 동원되고 있다. 그들을 기리는 사당 앞에는 영락없이 대형 향로가 자리하고, 푹신한 참배의 자리가 깔렸다.

근대화 과정 속에서 중국은 유가이론의 기초를 세운 공자와 맹자는 물론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를 비롯한 관념론적 사상가들을 봉건사회의 앞장이라 해서 철저히 배척했다. 유가윤리를 정치이데올로기로 이용한 동중서는 비판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이들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이 되어 지역을 빛낸 최고의 인물로 기려지고 있다. 그들을 앞세운 정부 차원의 대규모 문화행사도 다반사가 되었다.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난무하지만 굳이 비판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긍정적이다 못해 적극적인 중국의 자세변화는 이미 공자 마케팅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이미 수년전부터 세계 각국에 공자학원, 공자문화원, 공자아카데미를 설치했다. 대전을 비롯한 우리나라에도 웬만한 도시마다 들어섰다. 공자문화 마케팅 전초기지를 세운 것이다. 외국에서 이 정도라면 중국 본토에서의 공자 선양작업은 얼마나 적극적이었을까.

얼마 전 공자고향 중국 산동성 곡부에는 72m 높이 대형 공자동상이 들어섰다. 높이는 공자 향년이 72세이고, 수제자가 72명이란 것과 관계있다. 동상건립에 참여했던 한 사람은 뉴욕 자유의 여신상 높이가 93m이니 이 보다 높은 99m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다운 발상이다. 또 완전수이고 하늘의 아들(天子), 황제를 상징하는 숫자가 9이니 만큼 신중화주의를 꿈꾸는 최근의 중국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초대형 동상이 공자 고향 곡부 니산에 세워졌다.

사실 곡부 니산은 대형버스조차 들어가기 힘든 궁벽한 농촌이었다. 공자 탄생설화가 깃든 동굴 주변에 명나라 때 세워진 아담한 서원 하나만 쓸쓸히 자리하고 있던, 찾는 이들도 거의 없는 어찌 보면 잊혀진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대형동상이 들어섰다. 주변 일대 도로를 완전히 통제하고 오로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셔틀 버스를 이용해야만 현장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제법 비싼 입장료를 내야한다. 공자 고향 일대를 완전히 문화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곡부 시내의 공자 유적들이 문화상품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대성전이 있는 공묘(孔廟), 관청이자 공씨 후손들이 살았던 공부(孔府), 200만 평의 규모에 10만 기 이상의 묘가 있는 공씨 가족 묘원 공림(孔林)은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주변에 엄청난 규모의 공자박물관을 신축하고 금년 3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중요한 것은 대전에도 이에 못지 않은 이사동과 같은 유교문화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500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1000기 이상의 무덤과 14개의 재실은 대전의 엄청난 문화자산이 아닐 수 없다. 무덤과 재실은 신종추원(愼終追遠)의 유교적 효문화의 핵심가치의 하나이다. 중국 산동의 곡부 못지않은 유가문화이자 효문화자산이 대전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고, 그동안 이런 엄청난 효문화 자산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얼마 전 이를 본격적으로 보존, 개발하겠다는 기사가 실렸다. 반가운 일이다. 대전이 보유한 소중한 효문화 자산을 국내는 물론 세계인이 주목하는, 그래서 꼭 가보고 싶은 가봐야 할 한국의 대표적인 효문화 체험 공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또 이것이 효문화진흥원, 뿌리공원, 족보박물관과 더불어 효문화 중심도시로서의 대전의 특화된 이미지로 2019 대전방문의 해에 효자 상품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