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쉽지 않고 차별성 크지 않아
꺼리는 집주인, 계약 성사 어려워

# 대전의 한 중소제조업체에 다니는 박 모(29) 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소에서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한 매물이 있는지 물었지만 대다수 부동산 중개인들로부터 ‘찾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는 “중개인들은 사실상 전세 물건도 귀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청년전세자금대출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며 “집을 구하는 어플에 나와 있는 전세 물건의 대부분은 청년전세자금대출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도입한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대출’이 실속없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조건이 까다롭고 정책을 아는 사람도 적어 실수요자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주택도시보증기금(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월 청년 주거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청년전세자금대출’ 정책을 도입했다. 연 수입 3500만 원 이하의 중소기업 취업 청년(만 34세 이하, 현역 복무 시 만 39세 이하)들에게 제공하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로, 연 1.2% 대출금리에 대출한도도 최대 1억 원까지 보장된다. 현재 HUG는 임차보증금 1억 원 이하 주택에 최대 5000만 원을 100% 보증으로, HF는 2억 원 이하 주택에 최대 1억 원을 80% 보증으로 지원 중이다. 해당 상품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회초년생들이 월급의 상당부분을 월세로 지출하는 만큼 좋은 정책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 반년이 지난 지금 이를 제대로 활용했다는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상한 것보다 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해당 상품을 제대로 알고 있는 중개인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청년들은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허탈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대전의 한 중소 IT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송 모(33·대전 판암동) 씨는 “청년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전셋집을 구해보려 돌아다녔는데 이를 제대로 아는 중개인들을 찾기 쉽지 않았다. 찾았다 하더라도 정작 집 주인이 거절하면 ‘말짱 도루묵’이라 힘만 뺐다”며 “청년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낼 때 이런 현실적인 주거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보장 범위를 넓혀줬지만 집주인들이 이 대출을 꺼린다는 말이 오간다고 한다. 대전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 가능한 주택은 기본적으로 융자가 없어야 하기도 하고 청년전세자금대출은 일반 계약과정보다 좀 더 복잡해 집주인들이 반기질 않는다”며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차보증금의 100% 보증하는 경우는 집주인이 건물에 질권 설정을 해야 돼서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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