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이때 등애에게 항복한 마막은 역도가 되어 등애에게 촉나라의 기밀이 들어 있는 지도를 바쳤다. 지도에는 부성에서 성도 간 160 리 도로가 수록되어 있었다. 등애은 지도를 살펴보고 크게 놀라 말하기를

“만약 우리가 부성만 지키고 있었더라면 크게 당할 뻔했구나. 촉병이 앞산에 주둔한다면 성공할 길이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강유의 군사가 나타나면 우리는 위기에 빠질 것이다.”

이리 말하고 곧 사찬과 아들 등충을 불러 분부하기를

“너희들은 일지군을 이끌고 밤을 도와 면죽으로 나가서 촉병을 막아라. 내가 뒤 따라갈 테다. 촉병이 요새지에 진을 치기 전에 먼저 진을 쳐라. 그리 못하면 너희 둘의 목을 치리라.”

사찬과 등충은 면죽으로 가서 날래게 진을 쳤다. 이들이 문기 아래서 촉진을 바라보니 8진을 치고 있었다. 북소리가 울리고 문기가 열리자 여러 장수들이 사륜거를 옹위해 나왔다. 자세히 보니 수레위에 한 사람이 단정하게 앉아있었다. 수레 곁에는 ‘한승상 제갈무후’라 대서특필한 누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사찬과 등충은 혼비백산하여 엉겁결에 말하기를

“아아! 말로만 듣던 공명이 아직도 살아있단 말인가!”

크게 놀라 달아나려 할 때 촉병이 내달아 시살하자 위병들은 대패하여 달아났다. 이때 등애가 거느린 후군이 당도하여 위병은 겨우 전멸을 면했다. 등애는 크게 패한 사찬과 등충을 불러 꾸짖기를

“너희는 싸우지 않고 패주했으니 무슨 까닭이냐?”

“제갈공명이 나타났으니 패주할 수밖에 어찌합니까?”

아들 등충이 당연히 패한 것이라 말을 하자 등애가 크게 노하여

“비록 공명이 다시 살아났다 해도 기 죽을 것 없다. 너희들이 경망되게 패주했으니 군법을 시행하리라.”

등애의 격노에 모든 장수들이 용서를 빌자 등애는 참형을 보류했다. 등애는 ?첩자를 보내어 제갈공명의 흉내를 누가 내는지 살펴오게 했다. 시간이 지나 첩자가 와서 보고하기를

“공명의 아들 제갈첨과 그 아들 제갈상이 공명의 흉내를 냈으며 수레위에 앉은 공명은 옛날 사마중달을 속였던 조각상이었습니다.”

등애는 사찬과 등충을 불러 첩자가 말한 것을 알게 하고 영을 다시 내리기를

“너희가 속죄할 기회다. 다시 나가 싸워라! 가짜 제갈공명에게 당하다니 말이 되느냐?”

두 장수는 다시 1만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움을 돋우었다. 이에 제갈상은 필마단창으로 두 장수를 격퇴시키고 제갈첨은 일지군을 휘동하여 등충의 진을 몰아쳤다. 이에 등충과 사찬은 창상을 입고 달아났다. 제갈첨은 싸우면 이기고 땅을 빼앗고 하여 도성 밖 50 리 허에 영채를 세우고 적을 맞을 준비를 단단히 했다. 이때 등충과 사찬이 부상을 당하고 돌아가자 등애가 이들의 상처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고 제장들을 불러 모아 숙의하기를

“제갈첨은 상당히 강하다. 그는 제갈무후의 수법으로 나의 인마 1만여 기를 살상시켰다. 당장 제갈첨을 꺾지 못한다면 화가 우리에게 미칠 것이다.”

이에 감군 구본이 나와 아뢰기를

“장군께서 제갈첨에게 편지를 보내 유인해 보십시오.”

“그렇다. 그 방법도 일리가 있다. 내가 편지를 써서 그를 유인해 보리라.”

등애는 글을 써서 촉진으로 보내 제갈첨에게 유인하는 글을 전하게 하니 제갈첨은 등애의 글을 읽고 크게 노하여 글월을 가져온 사자의 목을 베었다.

사자를 참하여 그 수급을 등애에게 보내자 등애가 사자의 수급을 보고 격노하여 군장을 갖추고 싸우러 나가려 하자 구본이 만류하기를

“장군께서는 가볍게 움직이지 마시고 기병을 쓰십시오.”

등애는 구본의 말에 천수태수 왕기와 농서태수 견홍에게 명하기를

“그대 두 사람은 좌우편에 매복하라. 내가 친히 본부군을 이끌고 나가 싸우겠다.”
등애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자 제갈첨이 대적하러 나왔다. 제갈첨이 먼저 등애에게 내달으니 등애가 싸워 보지도 않고 달아나자 순진한 제갈첨이 뒤를 쫓아가다가 복병을 만났다. 제갈첨을 잡으려고 쳐 놓은 덫에 왕기와 견홍이 걸려 들어 대패하고 면죽성으로 후퇴했다. 등애는 이 기회를 놓칠 새라 촉군을 겁박하여 면죽성을 철통같이 에워쌌다. 면죽성에 갇히게 된 제갈첨이 구원병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장수들에게 말하기를

“전쟁이란 오래 지키기만 하는 것이 상책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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