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진솔하게 털어낸 진심 , 복합적인 감정들 기억과 엮어 승화

 

 

사랑은 마냥 기다리는 일
꽃으로 피기 전의 봉오리가 예쁘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어느 날 문득 다가와
꿈이 된 사랑
사랑한 세월이 쌓여
고목이 되었을 때
비로소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지혜로운 삶의 길
웃자라는 가지치기가 필요한 것.

사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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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 한 통 정도는 마음속에 품고 있다.

부끄러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등 가슴 속 품고 있는 감정은 크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 말이다. 그런 크고 작은 감정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고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최자영 시인의 ‘부칠 수 없는 편지’(오늘의 문학사)는 이러한 미련들을 훌훌 털어낸다. 과거에 느꼈던 감정은 다양한 기억과 맞물리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복합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는 곧 좀 더 성숙된 자아와 함께 승화된다. 이러한 모든 것은 최 시인의 오랜 경험과 삶이 빚어낸 감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 시인의 시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애틋함이나 그리움과 같은 감정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정말 소박하고 작은 풍경들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하철 등에서 느낀 생각이나 감정들도 덤덤하고 솔직하게 풀어내고 그 속에서 과거의 어떤 기억을 끌어내 이것 역시도 담백하게 털어놓는다. 더욱이 꾸밈없는 그의 표현력은 세련됨을 느끼게 하고 덤덤하면서도 깊은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시에 대한 꾸밈의 장치는 없지만 정교하게 다듬어진 시들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시집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있다. 아련한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정감 있는 집은 부모님에 대한 기억도 불러일으킨다. 이는 시에서 섬세하게 그려진다.

‘부칠 수 없는 편지’는 5부로 구성돼 모두 100편의 시를 담고 있다. 특히 이 중 5부는 최 시인 그동안 쓴 시 중 애착이 가는 작품들로 담겨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지난 1986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시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해 ‘문단’ 겨울호 신인상 수필부문, ‘한국수필’ 신인상 수필부문, 제1회 대전MBC 금강보호백일장 시부문 최우수상, 충남예총 회장상 등에 각각 당선됐으며, ‘바람의 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추억의 강물은 잠들지 못한다’, ‘중학동 일기’, ‘사랑한다는 것은’, ‘내 안의 그대’, ‘섬서구메뚜기’, ‘남의 수박 두드려 보는 여자’ 등 다수의 시집과 수필을 펴냈다. 최 시인은 대전여성문학회 초대회장,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 감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이성,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에서 조금씩 마음을 비우려 했다”며 “성공을 버리고 나 스스로의 마음이 편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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