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낙인 vs 경각심 의견 팽팽
교사, 해도 안 해도 감당 어려워
경미한 폭력 기준점 마련 목소리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부 기재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지역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경미한 학교폭력까지 기록에 남기면 가해자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또 다른 학부모들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식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학교폭력 경미 정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올해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에는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이 있다. 학교폭력 제도개선의 주요 쟁점은 ‘교장 자체 종결제’와 ‘경미 처벌 학생부 미기재 방안’이다. 교장 자체 종결제는 경미한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원치 않을 경우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경미 처벌 학생부 미기재 방안은 가해자가 서면사과, 교내 봉사와 같은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될 경우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경미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여부에 대해 지역 학부모들의 의견은 갈렸다. 동구에서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정 모(50·여) 씨는 “잘못한 점을 기록하는 것이 옳다. 피해를 입는 학생 입장에서는 장난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이를 방치하다보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작은 행동도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지나치게 경미한 사건까지 기록하게 될 경우 가해학생으로 몰리게 되면 학교폭력 당사자로 낙인찍히고, 기록이 남을 경우 대입과 연계된 중요한 부분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기도 한다.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주부 한 모(52) 씨는 “친구들끼리 소리를 지르거나 가볍게 장난치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학생폭력위원회가 굉장히 자주 열린다. 대화를 통해 지나갈 법한 일이지만 학폭위를 열어 일이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작은 기록일지라도 학교 폭력과 같은 문제가 학생부에 기록되면 대입에 지장을 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학생부 기재에 대한 학부모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학교 현장의 교사들도 경미한 학교폭력 학생부 미기재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상 금지된 체벌, 잘못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을 볼 때 기록까지 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더 어려워 질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경미한 문제도 기재하게 되면 맡아야 할 업무가 늘어나고 이는 곧 수업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전 A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수업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안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록을 하지 않게 되면 학생 관리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며 “우선 경미한 사안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이고 정확한 기준점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