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 시인, 전 대전문인협회장

 
문희봉

언어학자들은 “똑같은 말을 만 번 정도 반복하면 그 말이 현실로 이뤄진다”라고 말합니다. 말이 입안에 있을 때는 내가 말을 지배하지만 밖으로 나오면 말이 나를 지배하게 됩니다. 말은 나의 생각을 꿰는 하나의 틀이 됩니다.

내 옆에는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숲속 길을 같이 걷고, 조용한 찻집 한 귀퉁이에 마주 앉아 귀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나만을 지켜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합니다. 이제는 너무 커버려 옮겨 심을 수도 없는 내 가슴의 키 큰 나무는 감사라는 나무입니다. 감사함이 나를 부유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즐겁고 행복한 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자주 접함으로써 부정적인 상황과 자신을 멀찌감치 떨어뜨려야 합니다. 슬픈 말과 생각은 나를 천민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내가 감기로 고생할 때 내 기침 소리에 그 사람이 하도 가슴 아파해 기침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던 그런 사람에게 나는 감사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행복한 단어를 마음과 입에 꿰는 순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나는 만족합니다. 때로 타오르는 증오의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성을 용납해주는 그런 사람을 나는 존경합니다. 나에게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도록 해준 지인,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살라 일깨워주는 지인, 선(善)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도록 격려해 주는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해주는 지인이 가까이 있음에 감사한 오늘입니다. 행복을 주는 단어를 입에서 내뿜는 순간 내 얼굴도 함께 웃게 됩니다. 행복한 단어가 바로 웃음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만큼이나 애절한 말입니다. 감사로 인해 나는 더 부유해질 수 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간절한 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라는 말은 내 삶에 큰 위력으로 작용하며 인생을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감사는 마음 웃기의 시작이며, 감사가 있지 않으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진정한 웃음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주위에는 좋은 이웃들이 많습니다. ‘아웃을 처음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며 해맑은 웃음 한 보따리 풀어놓는, 따뜻한 배려가 지금까지도 온기를 잃지 않는 이웃과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이웃은 더 좋은 사람입니다’란 말을 할 수 있는 건 축복입니다.

웃기 전에 의식적으로 감사의 말을 되풀이해보면 웃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감사’라는 말을 하면 실제로 얼굴은 가볍게 웃기 시작합니다. 감사를 말하면서 찡그린 채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해달라는 내 친구는 여러 사람의 추앙의 대상입니다. 조건 없이 감사한 사람입니다. 감사와 고마움을 가슴 가득 안고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까를 생각합니다. 이웃의 그 고마움으로 소라들이 야영하는 금 모래밭을 거닐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감사를 보내다 보면 세상 만물이 고맙고 좋아집니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손수건 한 장 건네주는 사람보다 기대 울 수 있게 가슴 내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더 감사합니다.

사물과 동식물 등 가릴 것 없이 감사할 수 있으면 사람을 향한 감사가 쉬워집니다. 당신은 내 가슴에서 빛나는 가장 아름다운 별입니다.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않고 그걸 기쁨이라 여기며 함께 기뻐하는 이웃들이 옆에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메마른 포도밭에 떨어지는 봄비 같은 간절함으로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 살아가렵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