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명예교수

나는 내가 참 잘 살았다고 스스로 자부하거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면서 산 적은 없다. 항상 부족하다는 맘으로 살아왔다. 가만히 생각하니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움직이든지 가만히 있든지, 생각을 하든지 글을 쓰든지, 아니면 땅을 파든지 길을 걷든지 아무튼 무엇인가를 한다. 그러할 때는 언제나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그런 물음은 나 자신에게 던지는 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면서, 그 정체성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가를 스스로 따지는 일이 된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언제나 흐름처럼 따라오는 것이 바로 그 물음이다. 물론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이랬다, 저랬다 바뀌는 것도 참으로 우습다. 설령 지난번과 좀 다른 답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다른 일반 사람이 듣고 납득이 되는 정도로 어떤 원칙과 철학과 일관성이 있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고 듣기에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소위 정치를 한다고 출반주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그 일을 합니까?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들, 당신은 왜 그 일을 하는가? 왜 그 자리에 있는가? 우리나라 우리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얼마나 깊게 따지고 생각하였는가? 그렇게 따지고 관찰한 결과 당신이 그 일을 하기에 딱 맞는 사람이라고 여겨서 그 일을 하려고 하는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얻어 차지한 자리인가? 이 사람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 앞에서는 저렇게 말하는 당신의 진정한 생각은 무엇인가? 왜 당대표가 되거나, 원내대표나 정책의장이 될 때와 그 자리를 내어놓았을 때는 언제나 말이 달라지는가? 강경하다는 것과 진실성이 있다는 것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어떤 어린 아이의 아버지가 거짓말을 잘하는 자기 아들에게 농담으로 던졌다는 말, ‘어! 이 자식 거짓말 하는 것 보니 큰 정치가 되겠는데!’ 하였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라고 하고, 의원들은 매우 중요한 업무로 입법권행사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왜 그 많은 법안들이 제안되는 것도 쉽지가 않지만, 그렇게 제안된 것들이 왜 법사위에 상정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어떤 것들은 논의도 되지 않고 회기가 끝나거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마치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자동폐기 되어버리는가? 제안된 법안들이 제정이나 개정이 되고 안 되고는 그 다음으로 치더라도, 일단 제안이 되면 그에 대한 철저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서 된다거나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도록 하는 강제조항을 의회법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아마도 모든 법안들은 실제 시민들의 생활에 필요하다고 느껴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입법기관의 분명한 의사로 답변이 나와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모든 제안된 것은 일정한 기간에 결론을 내야 한다거나, 국회의 임기가 끝난다고 할지라도 그 다음 국회에 연결되어 효과가 있도록 한다는 것을 만들 수는 없는가?

상당히 많은 경우 의원들이 일을 정당하게 하지 않고 매우 높은 세비를 받아간다고 믿는 시민이 매우 많다. 나도 그렇게 안다. 노동계에서 논의되듯이 의회원에 대하여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여 우리사회 전체에 정당한 노동과 그에 대한 대가를 공정하게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여 무한한 세월을 정쟁을 하느라 허송하여 정치혐오의 분위기만 스스로 만들어낸 잘못을 극복하는 데 노력할 생각은 없는가?

몇 년 전부터 특별활동비니 해외연수비니 하는 것들이 전혀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또 그 결과를 자세하게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음이 문제가 된 것을 잘 알 것이다. 그 때 그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어떻게 생각했는가? 맘에 걸림이 없이 떳떳했나요? 좀 찔렸나?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은 조금의 돈이 벌려도 엄밀히 따져서 다 신고하고 그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이 아무런 결과에 대한 보고도 없이 당신들의 사사로운 일에 쓰여 진다는 것에 대하여 아주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의원들이 받는 모든 경비는 어떠한 것이 되었든 아주 투명하게 다 보고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다른 기관에 부탁하여 그것을 기초로 제정할 의사는 없는가?

더욱이 금년에도 당신들은 스스로 당신들의 세비를 올리지 않았는가? 몇 의원들은 그것을 반납한다고 하였다. 그것이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러한 자기밥그릇 자기가 챙기는 정당하지 못한 일을 극복하기 위하여 의원들의 세비책정은 의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당한 기관이 정하도록 할 수는 없는가?

이런 자잘한 일들은 다 뒤로 미루더라도 당신 때문에 우리사회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평가하는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은 지금까지 해온 정치활동을 통하여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성숙한 인간의 자기혁명과정을 얼마나 경험하셨는가? 사리사욕을 버리고, 정당의 패거리 문화를 거슬러 참의 자리에서, 진리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하여 얼마나 치열하게 활동하셨는가? 특히 우리사회에 갈등이 해소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도록 하는데 얼마나 ?을 쏟아 부어보았는가? 성공한 정치가라기보다 잘 산 인생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할 때 어떤 인간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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