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지난해 10월 대전시와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어린이집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시는 별도로 어린이집 무상보육을 선언해 교육·보육복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를 위해 시는 어린이집 3~5세 아동의 부모 부담 차액보육료 66억 원 가운데 80%인 53억 원, 어린이집 무상급식비 121억 원의 80%인 96억 원을 편성해 자치구에 내려보냈다. 여기다 친환경우수농산물 구입비로 85억 원을 편성해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지원한다. 또 어린이집 무상급식에 필요한 조리종사원 인건비를 지원했다. 아울러 보육보조교사·대체교사·행정회계보조인력 지원 등 그 어느 때보다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대전에선 연초부터 휴·폐원하겠다는 어린이집이 속출하고 있다. 유성구에서만 가정어린이집 10여 곳이 폐원을 예고했고, 민간어린이집 5곳은 폐원이 확실하다고 전해진다.

아동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유성구가 이러한데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원도심은 더할 것이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이동에 따른 어린이집 감소세엔 뾰족한 수가 없다 하더라도, 이렇게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데 휴·폐원 어린이집이 속출하는 데엔 정책 실패의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3~5세 누리과정 국가책임제를 도입한 2013년 대비 올해 최저임금은 72% 인상됐지만 보육료 수납한도액은 18.5% 오르는 데 그쳐 인건비 지급에 어린이집 자부담이 급증했다. 어린이집 운영비 가운데 40~50%였던 인건비 비중이 지난해 70~80%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정부·지자체 정책이 추가될 때마다 어린이집 자부담이 커져 아동이 늘어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운영자들의 하소연이다.

급식비에는 현재 식품비만 지원되고 인건비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가 올해 규모와 평가인증 여부 등에 따라 10만·40만·50만·60만·70만 원 등으로 차등 지원되고 있지만, 4대 보험은 어린이집이 자부담해야 한다. 거기에 수도·전기·가스 등 공과금, 급식 도구와 세제류 등 급식운영비도 전액 자부담이다. 보육교사 보조인력이 지원됨에 따라 4대 보험도 자부담, 심지어 유치원과 학교에는 전액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공기청정기도 어린이집은 구입비 자부담 20%, 필터 교체 등 유지는 전액 자부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무상보육·무상급식 취지에 따라 부모에게 추가 부담을 줄 순 없고, 전액 국가와 지자체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니 움직일 여지가 없다. 올해 누리과정 운영비 인상 8120원, 대전시 차액보육료 인상 1만 2000원 등 아동 1인당 월 2만 원을 증액 지원하지만, 지난해 16.4%, 올해 10.9% 등 최저임금 인상분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가 지난해 시의회 예결위 예산 심사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운영지원비 신설, 무상급식 운영 간소화를 요구했지만 집행부 반대에 부딪혀 무상급식 실시 첫 달부터 난맥상이 터져나오고 있다.

급식비만 해도 국가 지원 보육료에 포함된 아동 1인당 하루 1745원에다 시 지원 750원(0~2세는 550원)을 더해 2500원(0~2세는 2300원)으로 상향됐고, 취사부 인건비는 어린이 1인당 약 5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원된다. 총 아동 1인당 하루 3000원(친환경우수농산물 구입비 220원은 별도 지원)에 해당하는 급식비를 지원하지만, 식품비는 넘치고 여유분을 급식운영비로는 못 쓰게 해 어린이집 자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평균 40여만 원을 지원하는 조리원 인건비는 2시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인데, 2시간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 오죽하면 필자가 “시가 사람을 채용해 보내주라”고 주문했겠는가? 급식비 2300원을 지원하는 유치원은 이 예산에서 급식운영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대비된다.결국 운영체계가 복잡하고 각종 자부담을 유발하는 대전시의 어린이집 지원 정책이 오히려 어린이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산은 많이 지원되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기준 설정으로 시의 보육정책이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어린이 수가 늘어도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마찬가지다. 한 해 보육을 마무리하는 2월이 지나고 새로 시작하는 3월엔 더 큰 아우성이 일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전시의 어린이집 정책,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