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폭력·비리 근절 체육 혁신”
체전 통합하고 축제형식 전환키로
소년체전 앞둔 지역 체육계 ‘당혹’
“현장 의견 수렴 과정은 아쉬워”

‘미투(MeToo)’ 바람이 스포츠 현장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 작업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오랜 병폐로 지목된 성적 지상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움직임이긴 하나 이를 바라보는 지역 체육계에선 당혹스런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29일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3개 부처 합동으로 체육계 성폭력 및 비리 근절 방안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폭력·성폭행 가해자 영구제명, 성폭력 사건 은폐·축소 시 처벌 강화, 합숙 훈련 점진적 폐지, 체육계 전수 조사 통한 현황 파악 및 스포츠 인권 교육 강화 등 미투로 촉발된 체육계 내부 성폭력 추방을 위한 방안과 병역특례·연금제도 개선, 선수촌 전면 개방, 선수 육성 시스템과 체육문화 개선을 위한 스포츠혁신위원회 운영 등 엘리트 스포츠 혁신이 주요 골자다.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이 나왔지만 정작 지역에선 다른 걱정이 일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포츠의 가치를 국위선양에 두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이번 대책이 체육계 패러다임의 중대한 변환 계기인 건 분명하나 아무런 대비 없이 체육 분야 전체를 수술대에 올리는 것 아니냐는 근심에서다. 특히 대책에 전국소년체전을 사실상 ‘폐지’ 하는 내용을 담은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 과도한 훈련과 성적 경쟁을 유발한다며 전국체육대회를 고등부와 분리, 학교 엘리트 체육의 산실로 평가받는 소년체전과 통합하고 대회를 축제 형식으로 전환키로 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제48회 소년체전, 10월 제100회 전국체전을 앞둔 지역 체육계에 비상이 걸린 이유다.

대전시체육회 관계자는 “국가의 명예를 중요시하던 스포츠에서 탈피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합은 물론 전지훈련, 합숙소 생활까지 제한하는 등 충분한 대비 없이 대회를 통합하면 되레 체육계가 위축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현장의 전반적인 의견이 수렴됐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충청권 타 시·도 역시 관련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정부 대책은 발표됐지만 계획의 구체화까지 이뤄진 건 아닌 까닭에 대응책 마련 자체가 어렵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체육회 관계자는 “제시된 방안들이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긴 한데 합숙소 폐지, 소년체전의 학생체육축제 전환, 국제대회 성적 달성 등 당장 닥친 사안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난감하다”며 “정확한 현실을 파악해서 정책을 구현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이면 지도자나 선수 육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거 같다”고 토로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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