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작품 보존 전문가, 이정성 마스터아트 대표 인터뷰

백남준 작품 보존 전문가 이정성 마스터아트 대표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프랙탈 거북선' 보존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강선영 기자

지난 11월 안전 정밀진단결과 보존처리가 필요해 가동이 중단됐던 대전시립미술관 ‘프랙탈 거북선’이 재가동됐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보존처리를 완료한 ‘프랙탈 거북선’을 비디오아트의 거장 고(故) 백남준 작가 서거 13주기를 맞아 29일부터 재가동하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시립미술관 로비에 상설 전시되고 있던 프랙탈 거북선은 지난 11월 백남준 작품 보존의 국내 최고 권위자 이정성 마스터아트 대표가 안전 정밀진단을 실시했고, 검토 결과에 따라 직접 보존처리를 실시했다.

시립미술관은 보존 처리 방법으로 LCD·LED 모니터 대신 동종 부품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동안 우측 대부분의 모니터가 작동되지 않았고, 일부에서 노이즈 현상이 발견돼 왔기 때문이다.

미디어아트의 보존 처리 방법은 현재까지 완벽히 협의된 사안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장 등의 원인으로 손상될 수 있는 작품의 원형보존 또는 부품교체를 놓고 제각각 의견이 달라서다. 그동안 시립미술관 로비에 전시돼 있던 백 작가의 ‘프랙탈 거북선’ 또한 이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이정성 마스터아트 대표의 신념은 확고했다. 이 대표는 국내 유일한 백남준 작품 보존 전문가이자 백 작가와 31년을 동고동락한 사이로 그의 확고한 신념이 방치수준이던 ‘프랙탈 거북선’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적어도 백남준 작품의 보존 처리 논쟁에는 “작가의 뜻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9일 보존처리를 완료한 ‘프랙탈 거북선’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오늘이 백 선생님의 13주기이기 때문에 제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대전에서 (프랙탈 거북선이) 오래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며 “막연하게 원형을 보존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백 선생님의 뜻은 그렇지 않다”고 신념을 밝히며 보존 개요를 설명했다.

그는 “백 선생님 작품은 소프트웨어가 60~70%이고 하드웨어는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표출하려고 모니터를 놓은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모니터 외형이 작품의 일부일 때는 상당히 중요하지만 모니터가 고장이 나면 외형은 살리되 소프트웨어가 잘 나오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백남준 작가의 뜻’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백 작가가 직접 그에게 전달한 중요한 메모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선생님께서 직접 작성한 메모가 있는데, 그 내용이 바로 보존과정에서 부품 등이 문제가 된다면 ‘그 시대 제일 좋은 제품을 쓰면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든 LG든 13인치 TV가 필요한데, 모니터를 구할 수 없다면 플라스틱 껍데기는 버리고, 알맹이만 써도 된다는 것”이라며 “콜렉터의 의견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원형도 중요하지만 화면이 잘나오면 된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원형보존에 대한 논란이 국내에서 보이는 특징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작품을 구입할 때 작품의 수명까지 고려해 동일모델 제품을 최대치로 구입해 놓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준비도 안하고 원형을 찾기 때문에 자꾸 괴리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돈을 쓰지 않고 원형을 찾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준비 없어 발생한 문제인데 현실에 맞게 LCD로 바꾸는 것에 대해 요구만 하면 안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대전시립미술관에 있는 ‘프랙탈 거북선’의 장기적 보존을 위해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모니터는 육안으로 보면 어떤 걸 바꿨는지 알 수도 없게 바꿀 수 있지만 먼지순환이 안 되는 로비에 계속 전시되면 고장은 반복되고 수명도 짧아질 것”이라며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작품을 해체해서 먼지를 닦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만일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몇 년에 한 번은 하길 권한다. 앞으로 개방형수장고로 이전이 계획된 걸로 아는데 그때라도 전체 작품을 해체하고 먼지를 닦아내고 복원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념으로 백 작가의 작품 보존을 위해 일해 온 세월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백 작가의 살아생전 작품을 만들고, 유지, 관리를 함께 했고 그의 사후에도 일종의 의무감으로 현재까지 작품 보존에 힘쓰고 있다.

그는 “돈을 벌자고 이 일을 해오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적자를 보는데, 선생님과의 좋은 기억을 갖고 기술자가 아닌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의무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작품 보존에 힘을 다할 것”이라며 “선생님이 특히 애정을 가진 작품인 ‘프랙탈 거북선’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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