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대전시 외국인투자유치자문관

 
김현중

“베이징에 미세먼지 심하대요. 공항에서 좋은 마스크 두어 개 사가세요.” 지난 1월 18일 새벽 인천공항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나의 귓전에 들리는 집사람의 말이다. 비행기는 1시간 40여분 후 베이징 수도공항에 닿았다. 인천에서 밖의 모습이 뿌연해 북경은 얼마나 더 심할까 하고 겁을 냈는데 의외였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려 쬐고 공기는 신선했다. 시야도 멀었다. 공항 여직원에게 말을 던져보니 스마트폰을 보면서 “오늘 베이징은 25”라고 하며 “이런 날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라고 했다. 25는 중국 생태환경부에서 발표하는 AQI(Air Quality Index 대기환경지수) 수치다.

요즈음 일상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미세먼지 주의보다. 뉴스에서도 헤드라인이고 검색 키워드 순위도 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세먼지 나쁨이면 가슴이 철렁하다'라는 보도도 있었다. 앞으로 묘책이 없는 한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는 혈관을 타고 바로 뇌를 공격하고, 폐·심장·뇌를 망가뜨려 암, 뇌졸중, 폐·심장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수명까지 갉아먹는다 하니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게 오래 살아보려는 내 마음이 아프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올해 세계인의 건강을 해치는 10가지 위협 중 첫째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꼽았다.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 건강관리 이외 여가생활이 줄어 관광·외식업의 타격을 받아 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황사나 미세먼지가 있을 때마다 옆 나라 중국을 주원인으로 생각한다. 풍속 약화 등 기후변화 탓도 있겠지만 대개 반 정도는 중국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두 나라가 차분하게 자주 만나 우호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또 화력발전소 등 공장 굴뚝 연기와 차량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고, 규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도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자력갱정(自力更淨)’의 노력이 필요하다. 2015년 우리나라 미세먼지 배출원의 4%가 식품조리, 나무연료, 농촌에서의 소각 등 생물성 연소라고 한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에게 닥친 위기다. 그러나 또 다른 기회다. 전력 생산 방법이라든지 전기·수소 등 대체에너지 차량 보급, 건강관리 관련 상품 등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도 키우고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이후 대기오염 문제를 정책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대기 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반짝하는 정도였다. 미세먼지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13년부터다. 2017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2억 톤(한국은 3억 1500만 톤)에 달해 전 세계의 절반이라고 한다.

베이징에 25년째 사는 김덕현 변호사는 귀띔한다. “중국은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 환경보호부 장관 천지닝을 베이징 시장으로 임명하는 등 강력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고 있다. 야외에서 연탄구이를 금지하고, 집의 난방도 가스가 아닌 전기다.” 18만여 개 공해 공장들이 폐쇄되거나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산둥성이나 허베이성으로 옮겨졌고, 수만 명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오염 배출 등을 단속해 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에서 보니 맑은 날에 웬 도로가 젖어 있었다. 살수차가 수시로 물을 뿌려 먼지 비산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공원이나 공사장 등 흙이 있는 곳은 파란색의 망사로 씌워 놓았다. 부러운 것은 고속도로 양쪽에 두텁게 조성된 완충 수림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삼겹살·생선 구울 때는 양면 프라이팬이나 석쇠를 이용해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도록 신경을 써보자. 또 방에 화초도 들여놓고, 담장 헐고 나무도 심자. 도로 양변에는 먼지 벽을 조성하자. 관이든 민이든 공기를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조그만 것을 실천해 우리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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