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유정 대전상지초 교사

 

고등학생 시절 존경하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학생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교사는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학생들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열린 마음을 위해 늘 노력하신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 말씀이 어찌나 멋진지, 아직까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 나와보니 학생들은 정말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실과시간에 잠시 본 내 애완조를, 코팅까지해서 간직하고 싶을만큼 아름답게 그려내는 학생이 있고, 평소 좋아하는 곡이라며 상담실 구석에 앉아 쉼 없이 클래식 기타를 연습하는 학생도 있다.

어떤 학생은 “선생님, 어차피 사물함에 모든 물건이 다 있는데 왜 학교에 가방을 메고 와야하죠?” 라며 실내화 주머니만 들고 학교에 오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사물함은 깨끗하게 비워 두고 매일 매일 교과서와 준비물을 몽땅 책가방에 넣어 다니기도 한다. 그 밖에도 나와 유독 잘 통하는 학생, 다른 친구들이 유독 잘 따르는 학생, 유독 장난이 많은 학생,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학생 등등, 학생들의 색깔은 정말 다양하다.

선생님께서 열린 마음을 강조하셨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래서 열린 마음은 내게도 참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내가 정한 생각과 틀에 맞추어 학생들을 바라보면 이해되지 않는 일 투성이일 것이다. 반대로 내가 조금 더 마음을 열면 이해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고, 나는 학생들의 반짝이는 순간을 더 자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린 마음’을 간직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내 안에 ‘당연히 ~해야지’ 하는 생각들이 많아진다. 내겐 당연한 일이 다른 이의 당연한 일과 달라 당황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 내가 가진 ‘상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발견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심지어 ‘아, 나 지금 꼰대 짓을 하고 있구나.’ 싶은 순간들도 있다. 그런 순간들은 특히 학교에서 자주 찾아온다. 우리 반 학생이 하는 얘기가 공감이 되지 않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 상담을 하자고 불러 놓은 학생이 하는 말을 끊고 내 의견을 강요하고 싶을 때, “하아, 요즘 애들은~.” 하는 말이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을 때가 바로 그런 순간들이다.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라는데…. 마음 한 켠이 쓰리다. 신규 시절의 나는 ’친구 같은 선생님’을 꿈꿨는데, 어느새 ’권위적인 어른’이 돼 버렸다.

실은 오늘 꼰대 짓을 했다. 별일 아니었는데 고집을 부려 꼰대가 됐다. 꼰대짓을 하고 나니 오래 전 내게 열린 마음을 강조하셨던 그 선생님의 목소리와 말씀이 떠오른다. 선생님께서는 그 말씀을 하시던 당시 이미 중년을 훌쩍 넘기신 분이셨다. 까칠한 고등학생이었던 나와 내 친구들에게 꼰대라고 불리기에 아주 적절한 연배셨음에도 불구하고 늘 열린 마음으로, 따뜻한 눈빛으로 우릴 바라보곤 하셨다. 우리 중 누구도 그 분을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좋은 분이셨다. 지금, 내 안에서 그 당시의 그 분과 지금의 내가 비교되어 마음이 잿빛이다. 언젠가는 내 안에도 있었던 것 같은 내 열린 마음은 대체 어디 가 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다.

내일은 내게 꼰대질을 당한 그 친구에게 사과라도 해야겠다. 이번에는 꼰대질 말고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지. 다시 열린 마음 장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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