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 등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로 인해 대형화재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인근 5m 이내에 주·정차가 금지됐지만 불법 주·정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화기 사용이 많은 설 연휴를 맞아 화재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화재발생 시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과태료를 대폭 올리거나 주변에 시설물을 설치해 근본적으로 주·정차를 막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금강일보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31일 대전시 서구의 한 주택가에는 ‘소화전 주차금지’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도로 양 옆으로 주차된 차량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고 한다.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소화전을 찾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당장 인근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소방용수를 끌어 쓰기에 어려워 보였다.

소화전이 지하식인 원룸촌이 밀집된 지역의 경우 더 심각했다. 지하식 소화전은 지면 위 황색도료를 이용해 소화전임을 표시하고 있지만 맨홀과 구별하기 어렵다. 차량들이 무심코 주차된 경우가 많고 이륜차와 불법 투기된 쓰레기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부는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대형화재가 소화전 등 소방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8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소화시설 5m 이내에 주·정차 했다 적발되면 승용차는 4만 원, 승합차는 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소화시설 주변의 주·정차는 여전하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를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207건으로 전년의 116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이 중 소화전 과태료 부과 건수는 75건으로 2017년 23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인력 등의 부족으로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정도이지 단속을 강화했다면 훨씬 많았을 것이다.

소방당국은 단속보다는 시민들의 의식 개선 등을 통한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화전 등 소방시설 주변에 불법 주·정차 할 경우 화재 등의 긴급 상황에서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용수 공급이 안 돼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시설 주변의 불법 주·정차는 여전하다면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과태료를 대폭 올려 경각심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소화전 주변에 원천적으로 주·정차를 할 수 없도록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시민의식 개선이 우선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력한 제지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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