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후(대전하기초 6학년)

곧 있으면 나는 유럽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글을 쓰는 잠시 동안 스페인부터 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첫 날 조그마한 캐리어에 짐을 쑤셔넣고 집을 나오던 순간을 난 아직도 후회한다. 그 땐 몰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작은 캐리어를 끌고 온 게 너무 후회가 됐다. 남들은 시차 적응이 고욕이라는데 정작 나는 비행기에 타서 도하공항을 경유해 마드리드 공항으로 가는 도중 잠을 조금 자서 그런지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물론 마드리드 공항에서 가이드를 만나 세고비아로 가면서는 잠을 자려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던 것 빼곤 말이다.

세고비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로마 수도교였다. 그 당시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다리라서 ‘악마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이 다리 각도는 겨우 3도 기울어져 좌측에서 우측으로 낙차를 이용해 물을 보내고 있었다. 수도교를 보며 연간 감탄사를 뿜어낼 수밖에 없었다. 수도교 기둥이 접착제를 쓰지 않고 하나 하나 끼워 맞췄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젠가처럼 뺄 수 있어요?”라고 물어본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다음 세고비아 대성당으로 갔다. 처음 보는 서양 양식의 뾰죡한 건물을 보니 너무 신기해서 계속 카메라를 들고 다니게 됐다. 골목을 들어갈 때마다 계속 바뀌는 주변 풍경이 흥미로워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후 알카사르성에 가서 사진을 왕창 찍어대고 잘 나온 사진만 건져가며 시간을 보냈다. 영화 ‘해리 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처럼 생긴 알카사르성이 나에게 주는 느낌이 다른 건물과 달랐다. 햇빛과 적절한 조화로 따뜻하면서도 뭔가 오묘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저녁으로는 현지식으로 샐러드와 닭고기, 감자튀김, 아이스크림을 먹고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서야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이 왔다. 날이 추운데 모자도 안 달린 경량패딩을 입고 나왔다. 이게 이 날 최고의 후회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톨레도. 먼저 톨레도 수석대성당을 갔다. 빛과 성당의 조화가 너무 예뻤다. 사진을 많이 찍은 후 산토토메 교회로 이동했다. 엘 그레코의 걸작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 있는 이 교회는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어서 눈에 최대한 담았다.

그 후에 점심을 먹고 그란비아 거리, 스페인광장, 마요르 광장에 들린 뒤 바로 프라도 미술관에 갔다. 미술관에는 뒤러의 아담과 하와를 시작으로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많았다. 가이드님이 열심히 설명을 해줬지만 솔직히 모든 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았던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작가의 관점에 대한 상상력이 매우 창의적이었다.

이제 4일차.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살라망카로 이동했다. 자그마치 801년이 됐단다. 건물 외벽에 조개 모양의 돌이 박혀 특이한 느낌을 주는 집을 보며 마요르 광장, 살라망카 대학까지 구경하고 생애 첫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 파티마로 향했다. 그 후 호텔에 들어갔다 바로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는 건 줄 알고 방에서 여유롭게 있다가 지각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휴대폰도 못 가지고 나온 탓에 파티마 대성당부터 광장까지 아름답고 멋진 건축물들이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한 게 무척 아쉽다.

5일차에는 유럽의 서쪽 끝인 까보다로까에 갔다. 바다의 풍경이 장관을 뛰어넘어 그림같은 느낌, 사실 표현을 잘 못하겠다. 그래서 거기에서 샷을 많이 건지게 됐다. 그 다음 이동한 곳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벨렘의 탑을 구경한 후 약 4시간에 걸쳐 세비야로 이동해 호텔로 갔다.

6일차. 슬슬 여행도 중반부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다시 스페인으로 넘어왔다. 포르투갈에서 기념품을 사지 못한게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잊고 즐기기로 했다. 이곳에도 있는 스페인 광장을 구경하고 황금의 탑과 히랄다 탑도 봤다. 마지막으로 마리아 루이샤 기념공원에도 다녀왔다. 그 후 배를 타고 드디어 아프리카로 넘어갔다. 생애 처음 마주한 아프리카는 초원, 동물의 왕국은 온데간데없고 우리가 아는 그런, 도시같은 곳이었다. 

7일차. 벌써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갔다. 3시간에 걸쳐 페스로 이동하고 바로 왕궁을 구경했다. 역시 왕궁은 왕궁이었다. 멋있었다. 그 후 약 9600개 골목으로 이뤄진 메디나 구기가시에서 옷가게도 들러보고 골목 구경도 둘러봤다. 인근 공장에 들러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죽 염색 과정도 구경했다. 이후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로 이동, 왕궁과 하산탑을 구경했다. 3시간동안 열심히 달려 카사블랑카로 이동한 후 바로 호텔로 들어가 이 날 일정을 끝냈다.

오늘은 8일차, 호텔의 상태가 심각했다. 와이파이(Wifi)가 안되는 건 기본이고 온수도 안나와서 그냥 찬물로 샤워했다. 다신 이런 호텔에서 안자길. 이곳 카사블랑카에선 모하메드 5세 광장과 하산 메스키다를 구경하고 바로 배 타러 가서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이번 호텔은 여행 중 가장 좋았다. 거의 아파트급이었다. 역시 스페인이 짱이다.

9일차 날이 밝았다. 론다로 이동해서 누에보 다리를 보는데 100m의 까마득한 절벽에 위치하는데도 무섭다기보다 신기한 느낌이 먼저 감돌았다. 어떻게 저 큰 다리를 지었을까. 2일차 때 로마 수도교만큼 신기했다. 그 후 코르도바로 이동해 메스키타 수도원 내부를 관람하고 유대인의 거리도 거닐었다. 그리고 그라나다로 이동했다. 그라나다는 이곳 스페인 현지말로 ‘석류’를 뜻한다고 한다.

10일차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공존하는 그라나다. 이슬람 예술의 걸작 알함브라 궁전에 갔는데 뷰뿐만 아니라 건물의 모양까지 끝내주게 멋졌다. 그 다음 헤네랄리페 궁전과 정원도 구경했다. 마지막으로 지구 언덕 조망까지 둘러보고 5시간이 넘게 달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대망의 오늘은 11일차.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가우디의 ‘까사 바뜨요’와 역시 가우디의 작품인 고품격 맨션 ‘까사밀라’를 구경했는데 직선과 곡선의 조화, 특히 자연을 닮은 곡선의 미가 강렬하게 드러났다. 그 후 마주한 성가족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다. 구경하는데 건물 외관 하나하나가 다 섬세하게 표현돼있고 안은 장난이 아니었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햇빛이 만나 무지개 빛을 만들어내는데 그 빛이 강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성당 정체를 감싸며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예뻤다. 유럽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그리고 내일은 12일차다. 바르셀로나 구엘 저택과 시장, 람블라스 광장의 가우디 가로등, 카사갈베트, 국립오페라극장, 까딸루니아대성당을 구경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12일간의 여행이 후딱 지나간 것 같다. 일정이 정말 알찼던 덕분이다. 2주일 동안의 시간 동안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번 여행에 대한 추억을 단 하나도 잃고 싶지 않다. 이렇게 여행이 끝나버리는 게 너무 아쉽다. 내 생 처음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갔다온 여행, 내 생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하지 않은 해외여행, 내 생 처음으로 친구들과 형·누나·동생들과 같이한 이 사유담 유럽탐방을 나는 절대 잊지 않고 싶다. 아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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