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은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아내와 이혼소송 중인 영화감독 인모(박해일)가 자신의 의지대로 안되는 삶을 비관해 자살하려는 순간 걸려온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 "닭죽 쑤어놨는데 먹으러 올래?" 이 말 한마디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엄마 집으로 향하면서 시작하는 영화다.

언뜻 보기에 콩가루 집안 같아 보이고 막장 드라마 같아 보일 수 있다. 희망은 애당초 엿 바꿔 먹어버렸는지 이들에게 왜 사는지 물어보고 싶을 수도 있는 영화다.

그러나 막장의 탈을 쓰긴 했지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꽤 괜찮은 영화다. 다만, 바른말 고운 말만 즐겨 쓰는 필자의 입장에서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가족이라고 해도 대화중 70~80%를 차지하는 비속어는 너무 찰지게 들렸다고 생각된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뻐한다는 말처럼 부모에게 자식이란 똑같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이고 깨물면 똑같이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고 모든 걸 내줄 수 있는 존재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평화롭던 어머니 집에 나잇값 못하는 가족들이 다시 모여들기가 시작한다. 엄마의 집에 빈대 붙어 사는 철없는 백수 첫째 한모 윤제문 씨가 이 역할을 맡았다. 서로가 껄끄럽기만 한 삼남매와 미연을 쏙 뺴 닮아버린 성격과 개념까지 상실해버린 여중생 민경까지 깍쟁이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저런 역할을 맡아서 연기를 잘 한다. 웬만한 재미요소를 다 뽑은 것 같기도 하다. 고령화 가족 모이기만 하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들의 속사정이 공개가 된다.

이 영화를 보면 '사람은 철들면 인생이 재미없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생 철들기 싫다. 철드는 순간 인생이 재미가 없어진다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나는 철들었나, 철들지 말까, 라는 고민들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는 영화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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