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생 문묘배향 교지. 충남역사박물관 소장

유교문화라고 하면 우선 드는 생각이 ‘어렵다’라는 것이다. 또는 ‘고루하다’, ‘지루하다’이거나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 등등 대부분 부정적인 단어들을 떠올린다. 혹은 선비, 절개, 의병, 올곧음, 청렴 등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지난 전통이며, 현재 우리 삶 속 우리도 모르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유교문화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고만 해왔던 것이 아닐까 자문해 본다.
오늘날 서구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유교문화의 ‘자기수양(self-cultivation)’에 주목하여 극복해보자는 논의가 마이클 칼튼(Michael Kalton) 등에 의해 논의가 되었다. 우리는 충청의 ‘예학(禮學)’이야말로 자기성찰을 토대로 사람간의 관계와 사회의 안녕을 추구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학의 종장으로 알려진 사계 김장생(金長生)은 임진왜란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를 바로잡고자 제자들과 함께 예학을 정립하여 확산시키고자 하였다. 숙종은 김장생의 공로를 인정하여 1717년 성균관과 각 향교 문묘(文廟)에 배향될 수 있도록 문묘배향 교지를 내렸다. 우리나라 18명의 유학의 성인을 모시고 있는 문묘에 사계 김장생과 그의 예학을 계승하고 있는 신독재 김집,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이 함께 배향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충청의 예학정신을 오늘날 확산하기 위해서 우리지역 향교와 서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의 전의향교, 연기향교, 대전의 진잠향교, 도산서원, 충남의 충현서원, 돈암서원, 충북의 청주향교, 화양서원 등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청소년을 위한 예절 프로그램, 세대간 화합을 위한 프로그램이 문화재청 문화유산 활용사업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인이 친근하게 유교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어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엊그제가 설날이었다. 해가 바뀌어 조상에게 차례를 모시고,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고,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은 우리의 뿌리,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작은‘예(禮)’의 표출이다. 예의 본질은 바로 사람 간의 감사의 마음을 서로 공유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시금 충청의 예학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측면이다.
이상균(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백제·충청유교특성화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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