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따라 도미노처럼 고르게 배열…단결정 흑연 제조 기초될 것

열처리 초기에 그래핀 층 주변으로 고배향성 흑연이 생기는 장면. IBS 제공

연필심의 재료로 친숙한 흑연은 철강, 반도체부터 태양광, 에너지 저장 등 여러 산업에서 쓰이는 주요 자재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고온에도 잘 견디는 것은 물론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은 신태주 UNIST 연구지원본부장과 공동으로 단결정 그래핀을 사용한 열처리 공정으로 흑연 결정이 나란하게 정렬된 고품질 흑연을 제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흑연의 성능이 제품의 성능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여러 산업에 유용하게 사용될 기술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회(RCS)가 발행하는 재료 분야 권위지인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에 지난 24일 자에 게재됐다.

흑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료는 다결정 구조를 가진다. 재료를 이루는 결정 속 원자 배열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각각 다른 원자 배열을 가진 작은 결정들이 연결돼 하나의 물질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런 다결정 재료는 결정들이 만나는 경계면에 결함이 존재한다. 따라서 물질 고유의 특성도 저하된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흑연은 물론 인공적으로 합성한 인조 흑연도 다결정 구조다. 아직까지 대면적 단결정 흑연을 만드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기술 수준은 단결정에 가까운 ‘고배향성 열분해 흑연(HOPG)’가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HOPG도 고온·고압 조건 하에서 제조할 수 있어 제조비가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법(CVD)으로 성장시킨 단결정 그래핀을 흑연 재료가 되는 탄소 기반 물질 내부에 위치시켰다. 이후 높은 온도로 열처리하자 탄화와 흑연화가 진행됐다. 뜨거운 열 때문에 다른 물질은 사라지고 탄소만 남아 흑연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때 단결정 그래핀에 가까운 영역에서부터 고배향성을 가진 고품질 흑연이 형성됨을 확인했다.

열처리 온도를 높인 경우엔 그 효과가 더 커졌다. 아직 흑연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탄소 원자들도 그래핀 주변의 고배향성 흑연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으로 비슷한 결정 방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단결정 그래핀부터 시작된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다.

현재 대면적 단결정 흑연 합성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다. 이번 연구는 이를 위한 선행기술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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