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의 여정 마침표
팬 응원 힘입어 美 리그 새 출발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에 감사
먼훗날 대전시티즌서 은퇴할 것”

대전시티즌 황인범이 미국프로축구(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떠난다.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팬들과의 마지막인사를 나누며 골 세러머니 '깨물하트'를 선보이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그에게 대전은 꿈이요, 청춘이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담긴 아쉬움은 떠나는 이에게, 남겨진 이들에게 썩 유쾌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막바지 추위가 한창이던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가 그랬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소속 밴쿠버 화이트 캡스로 새 둥지를 튼 프로축구 K리그2 대전시티즌 미드필더 황인범이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고 정든 고향 대전에서 다사다난했던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황인범은 “유럽에서도 많은 오퍼가 있었는데 개인적인 꿈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이고 싶지 않았다”며 “나 스스로나 구단이 세워놓은 기준이 있었기에 해외무대에서 실패할 확률이 적고 더 높은 단계로 진출할 가능성을 고려해 밴쿠버를 최종 선택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다행히 아시안컵 이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서 지금 컨디션은 좋은 상태”라며 “대전에서 받은 사랑을 타지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나 언어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해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일각에서 유럽 제의를 마다하고 MLS를 선택한 데 대한 의문이 일었던 것을 의식한 듯 황인범은 밴쿠버가 최종 종착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동안 K리그에서 뛰면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지금 위치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려 한다면 어려운 고비를 마주해서 도전하고 싶었다”며 “경기 운영 과정에서 개인적인 실수를 줄여 세밀함을 높이고 특히 피지컬적 부분을 확실히 다져 또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구단이 놓인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은 탓에 황인범은 떠나는 입장임에도 시티즌에 대한 걱정과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자신의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짤막하게 구단의 올바른 방향성과 확고한 철학 정립 필요성을 전하기도 했던 그는 “시티즌의 지난 22년 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변천을 거듭했고 발전했는지 선수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건강한 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떠나면서 구단이 받을 이적료(약 20억 원 추정)가 부디 선수와 팬들을 위해 쓰여져 최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열린 공식 환송행사에는 300여 명의 팬들이 참석해 황인범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를 기다린 수많은 팬들은 ‘대전의 아들’이란 그의 별칭답게 ‘인범아, 언제나 응원할게’, ‘축구계의 박보검’, ‘날아라 NO.6 황인범’ 등 각양각색의 문구를 손에 든 채 고향을 떠나는 그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행사 내내 만면의 미소를 잃지 않던 그는 MLS에서의 첫 득점 시 대전에 있을 팬들을 향해 일명 ‘깨물하트’ 세레모니로 무한 신뢰에 보답할 것을, 그리고 먼 훗날 다시 돌아와 한밭벌 고향 팬들 앞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또 하나의 다짐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그동안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 감사합니다. 새 구단에서도 사랑받는 선수로 성장하겠습니다. 꼭 증명해내겠습니다. 언젠가 시티즌에 다시 돌아와 여러분이 보는 앞에서 은퇴식을 열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시티즌에 관심과 힘을 실어주세요.”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 황인범의 어제와 오늘

대전 유성중, 충남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시티즌에 입단한 황인범은 이후 리그 통산 106경기에 출전해 16득점, 13도움을 기록했다. 구단 최연소 골 기록(18세 253일)을 세우기도 한 황인범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3년간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에 뽑혔고, U-17·U-20·U-23 등 연령별 국가대표를 거쳐 지난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황인범은 군복무 중이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달 초 막 내린 아시안컵 대표팀에 발탁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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