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칼럼] 김성동의 ‘멧새 한 마리’
[금강칼럼] 김성동의 ‘멧새 한 마리’
  • 금강일보
  • 승인 2019.02.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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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대전민예총 이사장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입구에서 홀로 셋방살이를 하는 70대 노작가 김성동 형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설 직전 외롭게 명절을 보낼 게 걱정돼 전화했을 때, 그는 최근에 쓴 중편소설 ‘멧새 한 마리’를 이야기하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어 마음이 놓였다. 그간 당뇨로 고생했는데 최근엔 틀니를 끼우는 보철치료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작년 여름 문재인 대통령이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휴가를 보내며 그의 대하소설 ‘국수’를 읽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고, 유명 영화사와 영화화 판권 계약까지 했으니 산 속에 칩거하며 겪은 외로움을 조금은 보상받은 셈이다.

김성동 형이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음을 알면서도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연락한 것은, 집 근처에 있는 세종의 원수산을 등반하며 들은 라디오 방송 때문이었다. 늘 우리 사회에 급박한 화두를 제시하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인터뷰로, 그가 쓴 현대사 ‘우린 너무 몰랐다’를 중심으로 해방공간을 재해석하는 내용이었다. 그가 말하는 역사적 사실은 익히 아는 내용이지만, 핵심은 해방공간에서 우리 사회 지배층에 의해 형성된 인식체계가 오늘날까지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 잘못된 인식구조와 언어구조, 권력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송을 들으며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감내한 김성동 형의 애절한 가족사가 떠올랐다.

김성동 형이 이번에 쓴 중편소설은 작년에 별세한 어머니의 소상(小祥)을 앞두고 본격적인 어머니 얘기를 해본 것이란다. 그가 선친 김봉한이 100세가 되는 2016년에 제사를 올리고 향불을 피우는 간절한 심정으로, 아버지가 불러주는 대로 적으며 일주일 만에 230여 장의 중편소설 ‘고추 잠자리’를 완성했듯이, 이번에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불러주는 대로 중편소설 ‘멧새 한 마리’를 완성했다고 한다. 작년 3월 그의 어머니 빈소에 마련된 영정 앞에 향을 피우다 보니 향로 위쪽으로 어머니의 모진 삶에 대해 쓴 단편 ‘민들레 꽃반지’가 게재된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놓여 있었다. 그의 어머니 한희전은 남편의 학살 이후 얻은 가슴앓이에 평생 시달렸고, 인민공화국 시절 독립운동가의 유가족이라며 인민공화국에서 맡긴 조선민주여성동맹위원장을 맡았다가 8년 징역을 살고, 고문 후유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김성동은 그 작품으로 제1회 ‘이태준 문학상’을 수상했다. ‘민들레 꽃반지’는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살린 문장으로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처연하면서도 뼈아프게 보여줘 작품의 밑절미가 이태준 문학정신에 가장 닿아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민들레 꽃반지’가 대전 구도리에 살 때 어머니가 보인 선친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보였다면, ‘멧새 한 마리’는 인민공화국 시절 어머니 이야기로, 리얼하게 복원한 해방정국을 유장한 충청도 사투리로 재현함으로써 어머니 영전에 씻김굿을 올린 셈이다. “영호도 잘 알겠지만, 지난번 아버지 얘기처럼 요즘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겠어? 특히 표현에서 우리 사회의 금기영역인 반공이데올로기를 뚫어내는 추동력을 보여주려 숨죽이며 썼는데,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니 세상이 이제 변한 건지 몰러.”

일제강점기부터 그의 선친과 함께 활동한 좌익독립운동가 이관술도 산내 골령골에서 총살됐다. 이관술의 막내딸은 국가를 상대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형’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재판에서 승소했다. 김성동은 늘 부재중인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소년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 부모의 삶을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문학을 통해 그 역사적 의미를 묻고 있다. 그는 충남 보령 출신이지만 대전에서 서대전초등학교와 삼육중학교를 졸업했고, ‘만다라’ 이후 선친이 학살당한 ‘눈물의 골짜기’가 보이는 산내 구도리에서 살았다. ‘만다라’는 영어, 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로 번역됐고, 영화 ‘만다라’는 CNN이 선정한 아시아 10대 영화 중 하나다. 도올의 지적처럼 이젠 해방공간에서 형성된 냉전적 인식구조에서 벗어나 총체적 모습의 온전한 우리 현대사를 되찾아야 하고, 김성동에 대한 온당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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