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선행반 지난해보다 8% 늘어
저조한 점수에 일찌감치 재수 선택

2019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2020학년도 대입에선 재수생이 적잖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불수능’으로 평가받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여파도 만만치 않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특히 상위권 대학의 정시모집 확대 추이 등이 재수를 고민하게 하는 탓이다.

2019학년도 대입 일정이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재수전문 입시학원들이 잇달아 선행반을 개설하고 2020학년도 대입 준비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입시학원가에선 지난해와 달리 유독 올해 재수로 대입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11일 대전의 한 입시학원에 따르면 최근 개강한 재수선행반에 지난해보다 8% 넘는 인원이 몰렸다.

이런 추세라면 곧 수강 일정을 시작하는 정규반도 지원율이 전년대비 10%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원 관계자는 “지금 재수선행반 모집이 진행 중인데 지난해보다 수험생들이 전반적으로 빨리 움직이면서 지원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달 중 개강하는 재수 정규반도 정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재수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것이 지난해 불수능으로 점철된 2019학년도 수능의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수험생들이 희망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고3 수험생이 6만 2636명 줄어들고 주요 상위권 대학 정시모집 인원이 1900명 가량 늘면서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점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 A 입시학원 관계자는 “올해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치러지는 마지막 수능”이라며 “지난해 수능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사과할 정도로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 수능은 난이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도 재수를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수능을 봐야 하는 고3 학생들이다. 지난해 수능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재수생이 대거 양산돼 결국 재학생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는 생각에서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대전 B 고교 김 모(19) 양은 “처음 수능을 보는 것과 다시 시험을 치르는 것에는 경험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지 않겠냐”며 “재수생이 늘어나면 재학생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