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금선 세 번째 시집 ‘그래도 사랑’] 슬픔과 안타까움 속 사랑을 들여다보다
[노금선 세 번째 시집 ‘그래도 사랑’] 슬픔과 안타까움 속 사랑을 들여다보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2.1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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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습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묘사 , 희망으로 다시 피어나는 사랑
 
 

 

강물에 버린 세월 어디쯤 흐르고 있을까
열아홉 번 항암치료에 생을 맡기고

그가 떠나도
홀로 남겨지는 건 하나도 없다

우리도 가자
훌훌 벗어버리고 바람처럼 떠나자
이제 우리도 가자

강물소리가 잦아지는 건 생의 손짓
뜸봉샘에서 금강 탁류까지

가깝고도 아득한 세월

그림자처럼 살아온 허상의 시간 다 버려두고
가자 기쁘게 떠나자

애초에 우린 없다
그림자고 안개다

흐르는 물이다
남아 있는 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사랑뿐

-회상 中

 

 

 

우리의 삶은 태어남과 동시에 또 다른 종착지를 향해 달려간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곳곳에 흔적을 남기며 기억과 추억을 파고들면서 말이다. 그 속에는 여러 감정이 얽혀있다.

기쁨, 행복, 미움, 아쉬움, 후회 등 여느 짧은 시에서 쉽게 느껴볼 수 있는 감정이지만, 노금선 시인이 펴낸 ‘그래도 사랑’(이든북)에서는 그가 바라본 세상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솔직하고 직설적인 감정과 함께 묘사한다.

이를테면 노 시인의 시집 초·중반에 등장하는 괴로움의 대상,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다.미움과 분노의 감정도 함께 사라져버린다.삶을 지치게 만들던 존재가 사라지면 후련함이라도 생기게 마련이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시집에 나타난 삶의 끝은 어쩌면 허무함에 그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학대로 움츠러든 이의 고통도, 실버랜드에서 삶을 살아가는 노년의 안타까움, 80년을 살아온 노모의 쓸쓸한 모습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에 얼룩진 삶에서 바라본 것들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이런 아쉬운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그래도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마음을 끌어올린다. 사랑을 또 다른 시작으로 지목하고 다시금 승화시킨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낮은 곳에서 다시금 따뜻하게 피어나는 모든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꽃 멀미’, ‘그대 얼굴이 봄을 닮아서’에 이어 발간된 ‘그래도 사랑’은 1부 어떤 흔들림, 2부 다시 시작되는 세계, 3부 소란과 사람, 4부 그래도 사랑, 5부 오래오래 빛날 기억들 1·2부 등 모두 5부로 구성돼 67편의 시를 담고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시인이자 문학박사인 노 시인은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전 MBC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 부회장, 사회복지법인 선아복지재단 이사장, 노인요양시설 실버랜드 원장으로 지내고 있다.

그는 “이번 시집에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느낀 애환, 상처받은 이들의 모습,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러운 상황 등을 무덤덤하게 풀어내고 결국 그 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담고 싶었다”며 “등단 13년 만의 3번째 시집이다. 박사학위 논문에 실렸던 시들과 평소 행사 때마다 축시로 썼던 시들로 이번 시집을 엮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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