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고 때리고…대전 공무집행방해 연간 300건 넘어 , 무관용 원칙 엄정대처한다지만 현장에선 잘 안 먹혀 , “일일이 다 입건했다간 감당 못 할 수준”…참는 수밖에

공무집행방해사범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매년 300여 건을 넘어선데 이어 올 들어서도 1월에만 20여 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되는 등 가뜩이나 출동·업무에 바쁜 경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휴, 힘들어요. 술만 먹으면 왜 그렇게 행동들을 하는지, 대처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12일 대전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한 숨을 내쉬었다.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토로다. 하루가 멀다하고 경찰을 향한 욕설, 폭행 범죄가 발생하고 심지어 출동까지 방해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9월경 발생한 사건은 위기에 처한 공권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날 새벽 50대 여성 A 씨가 노상에 있던 112순차 뒷좌석 문을 열어 강제로 탑승했다.

경찰관들이 하차를 요구했지만 이 여성의 행동은 더욱 황당했다. 치마 안에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다리를 뒷좌석에 올리고 상체는 땅바닥에 댄 채 드러누워 “경찰관 X들아, 똑바로 해라”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소란을 부린 것이다. 이로인해 약 30분간 112 순찰차량은 운행을 하지 못했다. A 씨는 앞서 ‘(A 씨가) 남자 행인을 때리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나중에 경찰서에 출석하라’고 요구하자 홧김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의 행패는 공무집행방해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뒤에도 이어졌다. A 씨는 지구대 조사를 받던 중 “왜 나를 체포하느냐 수갑 채워 자국 생겼다”고 고함을 지르고 이를 휴대폰으로 채증하던 경찰관의 휴대폰을 치는 한편 이를 제지하던 경찰관에게 “너는 조용히 해”라며 손을 휘둘러 얼굴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337명(325건)에 달했다. 2017년 344명(336건)에 비해 약간 줄었지만 구속자 수는 지난해(10명) 보다 배 이상 늘어난 21명으로 집계되는 등 범죄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도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현장의 골칫거리로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29명(23건)으로 전년 동기(27명(24건)), 2017년 동기(24명(25건)) 대비 늘었고 구속(2명)과 불구속 입건(27명)도 지난 2년에 비해 증가했다. ‘무관용 원칙 엄정대처’라는 처방이 필요하지만 현장에선 잘 먹히지 않는다. 대전의 한 지구대 관계자는 “엄정대처라는 것이 쉽지 않다.

일일이 입건했다가는 그 수가 너무 많아진다”며 “공무집행방해 사범이 줄어들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파출소 관계자 역시 “현장에서 직원들한테 욕하고 폭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 입건하지는 못하고 심하게 때리거나 위협을 할 경우에만 입건을 한다”며 “욕 몇 마디 얻어먹었다고 엄정대처하진 못 하는 게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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