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지키려 위험한 선택을 한 10대들

오는 14일 개봉하는 '험악한 꿈'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문법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사랑을 지키려 위험한 선택을 하는 10대 남녀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스릴러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가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로 끝난다.

캐나다 외딴 시골. 학교에 다니지 않고 부모를 도와 농장일을 하며 지내는 소년 조나스(조시 위긴스 분)는 옆집에 이사 온 소녀 케이시(소피 넬리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외로운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중 조나스는 케이시의 경찰관 아버지가 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케이시 아버지에게 쫓기던 조나스는 그의 트럭에서 100만 달러를 발견하고, 돈 가방을 들고 케이시와 새 삶을 찾아 떠난다.

집 떠난 10대들에게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험악한' 길의 연속이다. 도망가려 발버둥을 치지만 둘의 행적은 곧바로 사람들 눈에 띄고, 딸과 돈을 찾으려는 케이시 아버지의 집요한 추적은 계속된다.

영화는 초반 광활하고 아름다운 들판을 배경으로 10대 남녀의 가슴설레는 사랑을 보여주다가 케이시 가족사가 드러나는 순간부터 스릴러로 방향을 튼다. 조나스와 케이스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모는 것은 어른들이다.

케이시 아버지는 경찰관이면서 온갖 비리와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이다. 평소 딸에게 "세상에는 너와 나 둘뿐"이라는 말로 애정 표현을 하다가, 한번 화가 나면 폭력으로 화풀이를 한다. 그의 아내는 세상을 먼저 떠났다.

조나스의 아버지 역시 폭력만 행사하지 않을 뿐 아들의 고민을 덜어주지 못한다. 이웃집 소녀의 안전을 염려하는 아들에게 "세상을 좀 약게 살라"며 오히려 타박한다. "자식은 부모 소관"이라며 가정폭력을 외면하는 경찰서장 역시 한통속이긴 마찬가지.

영화 속 어른들 모습은 가해자 아니면 방관자다. 10대 눈에는 온통 모순된 어른들뿐이다.
조나스와 케이스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로맨스의 달콤함과 스릴러의 짜릿한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전개는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보이드 갱'을 통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은 나단 몰랜도 감독 신작이다. 감독은 "10대 소년과 소녀가 어른들이 주도하는 세상에 발을 딛는 모습을 보며 사랑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더 나아가 이러한 고난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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