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리 레지던스 임시 중단
박 명예관장 서울 일정과 겹쳐
유족과의 신뢰 깨져 전망 어두워

대전 지역 작가들의 해외 견문을 넓히고자 지난 5년간 이어온 파리 이응노레지던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지호 전 이응노미술관 관장이 불미스럽게 임기만료를 통보받고 물러선 뒤 박인경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이 프랑스 레지던스 공간 활용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술계는 유족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작가미술관인 이응노미술관의 특성을 간과한 시의 불찰로 인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13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을 시작으로 제5기까지 5년 연속 이어온 이응노미술관 프랑스 보쉬르센 파리 이응노레지던스가 임시 중단된다. 박 명예관장과 아들인 이융세 작가가 레지던스 기간(8월)으로 예정돼 있는 동안 서울에서 전시 일정이 잡혀 불가피하게 레지던스 공간이 비어있기 때문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프랑스 레지던스 공간은 보쉬르센에 위치한 박 명예관장의 집이자 고암 후학 양성기관인 고암 아카데미, 전통한옥인 고암서방과 기념관, 작품 보관소 등 4개의 건물 중 작품보관소로 사용하고 있던 건물 1개를 작가들의 작품활동 공간으로 이용해 왔다.

레지던스 계획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자 시나 미술관 측은 협의를 통해 레지던스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달 말 한선희 문화체육관광국장과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 관장 등을 필두로 협의차 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올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미술관이 국제적으로 도약하는 단계고, 박 명예관장님의 뜻이 미술관의 세계화이니 만큼 외교부 근무 경력이 있던 시립미술관장을 동행한다”며 “관장 임용에 대한 문제를 박 명예관장과 상의하고, 작가들의 견문을 넓히던 레지던스 운영 등 앞으로 미술관 운영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술계는 레지던스 중단 사태가 이지호 관장의 해임과정에서 시의 일방적인 결정과 연판장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박 명예관장과 시의 신뢰에 금이 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작가미술관인 만큼 그동안 박 명예관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작품기증은 물론이고 작가들에게 집까지 내어주며 레지던스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미술계 한 인사는 “레지던스는 물론이고 당장 뉴욕 모마미술관과 바카레스의 이응노 토템조각 연구 등등 국제적인 프로젝트들이 관장이 바뀌어 모두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이 시가 프랑스로 간다면 명예관장은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을 것이다. 미술관 미래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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