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사태, 여자 vs 여자 싸움으로 번지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온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유죄'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사태가 미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가 피해자 김지은 씨를 향해 "불륜녀"라고 지칭하고 김 씨는 "2차 가해를 멈추라"며 맞붙고 있기 때문이다. 

  민 씨는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가정을 파괴한 김지은 씨와 안희정 씨를 용서할 수 없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그녀는 김지은 씨에 대해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제 남편을 유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지은 씨가 아니라 저와 제 아이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결정적인 증언으로 여겨지는 '상화원 사건'을 다시 언급했다.
  상화원 사건은 안희정 충남지사 시절인 지난 2017년 8월 18∼19일 충남 보령의 휴양시설 '상화원'에서 주한 중국대사 부부를 접대하며 1박을 하는 과정에서 김지은 씨가 안 지사 부부가 잠든 방에 들어와 한참 지켜보다 간 일을 말한다. 

  민 씨는 1심 증언대에 서서 당시 김 씨의 행동으로 볼 때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관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여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이를 부인하며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고,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성을 만나 불상사가 생길까 봐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는데, 1심과 달리 2심에선 김 씨의 주장이 더욱 신빙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져 판결이 뒤집혔다.

  민 씨는 이날 글에서 그 부분을 언급하며 "김 씨의 이런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다. 만약 김씨가 문과 가장 가까운 계단의 위쪽 끝에 앉아있었다 해도 문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쪼그리고 앉아있다 일어나면 벽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 씨는 그날 오후 김 씨가 자신에게 전화해 "간밤에 도청 직원들과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해서 술을 깨러 옥상에 갔다 내려오다가 제 방이라 잘못 생각하고 들어갔다"며 사과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민 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안 전 지사의 유죄를 주장해 온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차 가해"라며 민 씨를 비난했다.
  공대위는 "가해자 가족에 의한 2차 가해는 일반적이고 많이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라며 "2차 가해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성토했다.
  이어 "가해자 가족의 글은 1심 재판에서도 펼쳤던 주장이며, 2심 재판부에서는 다른 객관적 사실 등에 의해 배척됐다"고 강조했다.

  양 측의 주장이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판단은 이제 대법원의 몫으로 남았다.
  성폭력 사건에서 두 여성의 주장이 상충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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