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부럼 찾으러 왔는데...” / 대형마트 대다수 중국·미국산 판매

정월대보름을 이틀 앞둔 17일 대형마트 판매대에 대보름 맞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국산 호두와 외국산 견과류가 함께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부럼깨는 날’로 잘 알려진 정월대보름에 국산 호두나 땅콩 대신 외국산 견과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설과 추석 다음으로 가장 큰 명절인 대보름이지만 대형마트 등에선 국산은 보기 힘들고 그 자리를 수입품이 다량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월대보름을 이틀 앞둔 17일 대보름맞이 행사가 한창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지하 식품매장에는 ‘정월대보름’ 대목을 알리듯 호두, 땅콩 등 견과류는 물론 찹쌀과 각종 나물이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물망에 담긴 땅콩과 호두가 가득 쌓인 판매대 반대편에는 국산과 경쟁이라도 하듯 수입산 견과류들이 자리했다. 수입 견과류를 대표하는 아몬드와 피스타치오, 캐슈넛은 물론 각종 견과류들을 모아놓은 믹스넛(mix nut) 제품도 눈에 띄었다. 국산 호두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부분 중국산이나 미국산이었다. 땅콩 역시 가격이 비싸 손님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부럼은 늘 그래왔듯 호두와 땅콩이 주를 이뤘지만 견과류 소비가 늘면서 대형마트의 판매대에 외국산 견과류 비중이 늘고 있다. 견과류의 경우 수입산에 대한 편견이 적고 종류가 다양한 믹스넛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트를 찾은 고객들의 장바구니에도 수입 견과류가 꽤 많이 보였다. 쇼핑카트에 캐슈넛과 믹스넛 제품을 담던 직장인 김 모(33·여·대전 둔산동) 씨는 “집에 퇴근하면서 맥주와 함께 즐길 안주거리를 사가는데 견과류는 먹기도 편하고 뒤처리도 깔끔해서 자주 찾는다”며 “곧 대보름이라고 해서 기분내려 왔는데 평소에 안 먹던 호두보다는 캐슈넛이 편해서 골라봤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는 호두와 땅콩 대신 선호도가 높은 외국산 견과류로 부럼깨기를 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국산 호두와 땅콩을 사면 되레 ‘촌스러운 사람’ 취급을 받고 있다. 대전 월평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곽 모(31) 씨는 “부럼깨기는 호두나 땅콩으로 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주변친구들이 촌스럽게 무슨 호두, 땅콩이냐며 핀잔을 줬다. 전통 명절이라고 해서 꼭 국산을 찾는 사람들이 적어진 것 같다”며 “그냥 딱딱한 견과류로 하면 된다며, 시대흐름에 맞게 아몬드를 추천했다. 기왕이면 국산 호두를 사려고 했는데 보이질 않아서 추천받은 김에 아몬드 한 봉지를 샀다”고 말했다.

국산 견과류가 비싼 이유도 있다. 가격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대보름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10개 품목(오곡밥 5품목, 부럼 5품목)을 조사한 결과, 국산이 수입산보다 평균 1.7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오곡밥의 주요 재료인 곡식류에서 국산이 수입산보다 2.2배 비쌌다. 찹쌀(800g)은 3000원으로 국산과 수입산이 같았지만 수수(750g)는 국산 7000원, 수입산 2000원으로 3.5배 차이가 났다. 붉은 팥 800g(국산 1만원, 수입산 4000원), 검정콩 720g(국산 6500원, 수입산 5500원)도 국산이 수입산보다 비쌌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땅콩, 잣, 호두 등을 중심으로 부럼을 해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수입산 견과류인 아몬드, 마카다미아, 피스타치오로도 부럼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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