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참석 놓고 고민
“취업 못했는데 가서 뭐하나”
대학 “학생 잘못 아닌데” 한탄

대학가 졸업 시즌의 막이 올랐다. 그러나 학사모를 쓰고 가족, 친구와 만면의 웃음을 머금은 채 사진을 찍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장기화 된 취업난에 4년 수학(受學)의 결실인 학위증을 찾는 이도,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대전 지역 대학들이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 2018학년도 학사 운영 계획의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학위수여식 이후 사실상 2019학년도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학가에선 ‘끝’과 ‘시작’이라는 학위수여식 본연의 의미가 퇴색된 지 이미 오래라는 푸념이 들린다. 청년 취업 보릿고개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졸업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번 주 대학생 신분을 벗는 대전 A 대학 졸업생 김 모(27) 씨가 그런 경우다. 김 씨는 “아직 취업도 못한 상황이라 사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다”며 “그래도 학위수여식에는 가야하지 않겠냐고 등 떠미는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야하는 데 좋아해야 할지, 우울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이런 세태는 비단 A 대학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학위수여식을 마친 B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B 대학의 한 인문계열 학과의 경우 올해 졸업 대상자 23명 중 절반을 조금 넘는 12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참석한 이들의 상당수는 이미 취업에 성공했거나 예정인 졸업생들이었다는 게 학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당 학과 관계자는 “취직이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보니 학과에서 하는 졸업행사는 그 해 취업이 얼마나 됐는지에 따라 참석률이 판가름 난다”며 “일부는 학위수여식 당일 행사엔 참석하지 않더라도 학위증은 찾아가기라도 하는데 아직 찾아가지 않은 졸업생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올해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인 대학생 11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위수여식 참석을 꺼리는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응답자의 27.2%가 다가온 학위수여식 참석을 하지 않겠다고 답하면서다. 특히 취업 준비 혹은 관련 준비에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답변이 47.2%에 달했다. 대학생들에게 졸업보다 취업 관문을 넘는 게 더 우선해야하는 과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대전 C 대학 관계자는 “가을 쯤 졸업앨범 촬영할 때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하는 지를 보면 대략적인 학위수여식 분위기가 짐작될 정도”라며 “취업을 못한 것이 잘못이 아님에도 학생들 스스로 여기에 움츠러든 채 졸업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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